인스턴트 시대
맑은바람
시간에 쫓기는 사람에게 좋다
게으른 사람에게 더욱 좋아
일부러 장 보러 가지 않아도 된다
오다가다 생각 나면 불쑥
동네 마트로 간다
새벽 이슬 맞은
골푸른 샘물이 아니라도 상관없어
정수기에서 쭈루룩 따라 쓰면 그만이니까
푹 삶거나 한나절 고아내지 않아도,
파 마늘 생강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3분이면 되지
가루 봉지만 하나 툭 털어 넣으면 되니까
피가 되고 살이 되지는 않지만
그저 혀끝에서 잠깐 즐기는
얕은 맛
그건
인스턴트 내
슬픈 시의 맛!
(2004.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