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 까
맑은바람
아들 셋 딸 셋 묵정밭에서 길러내어 제가끔 꽃 피우고 열매 맺어 한시름 내려놓을 즈음 캐나다 딸이 보내준 비행기표 받아 캐나다로 날개 달고 가신 어머니,
지상낙원이구먼! 얘야, 나 여기 살란다 맏아들에게 이민 수속 부탁하고 하늘 땅 맞닿은 곳 누비며 훠얼훨 다니셨다 사흘만 고기 못 드시면 허기가 진다던 그분 이 땅에서 늘 굶주리시다가 그곳엔 흔한 게 육고기라 아침 저녁으로 삶아 먹고 구워 먹고 한풀이 하셨지
영어를 모르면 어때 프랑스 말 몰러두 상관읎어
한 시간 거리 교회당에 혼자서 잘도 다니신다 코쟁이 운전사에게 "쭈-까" 한 마디면 통한다 처음엔 지명인 줄 알고 "쭈까? 쭈까?" 하던 운전사 양반 늦게야 감 잡고 "오케이 쭈까?" 여유마저 부리고 팽팽 차를 몬다 저만치 딸네 집이 보일 때 "스토-옵!" 단호하게 외치면 "오 예" 하며 서 주던 운전사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나 다 통한다며
이른 봄 동백꽃으로
다시 피어나던 어머니 그 봄날
어이 그리 짧아
비바람 몰아치던 날
스르르 꽃잎 지듯
그렇게 가셨나
(2004. 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