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업둥이(새끼고양이)

맑은 바람 2009. 6. 28. 17:28

 

 

 외출에서 돌아오니 그이가 뉴스를 전한다.

다 저녁 때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담벼락 철조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어 내려주었더니 따라오더라는 것이다.

“지금 대문 께에 있어.”

부지런히 따라 나가 보니 대문 위쪽 시멘트 지붕 위에 노란 게 보인다. 황색 줄무늬를 띠고 제대로 먹지

못해서 바싹 마른 새끼 고양이였다.

일단 집안으로 데려와 닭고기를 주었더니 먹지 않는다. 두리가 텃세를 하며 짖어대니까 소파 밑으로  몸을 숨긴다. 들여놓자니 두리가 시끄럽고 내놓자니 어린 것이 제대로 먹지도 못한 채 어디론가 가버릴까봐 걱정이고-- 난 솔직히 또 하나의 군식구를 만들어 일거리를 늘리고 싶지 않고 또 털이 많이 날려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소리에 마음이 멀어졌다.

식구들의 반응을 살피면서도 그이는

“아무래도 나와 인연이 있는가봐, 여길 떠나지 않으니--”

어차피 다 자라면 제 갈 데로 갈 테니 그동안만 뜰안에 두어보자고 했다. 식구들의 동의에 그는 은근히 다행으로 여기는 눈치를 보이며 목욕을 시키고 사료와 기생충약까지 사다 먹이며 정성을 쏟는다.

한낱 미물도 저를 사랑하는 이를 아는지, 그이가

“나비야~”

하고 조그만 소리로 불러도 금세 어딘가에서 불쑥 나타나 발등으로 올라온다. 발목을 감기도 하고 경계심을 풀었다는 표시로 발랑 누워 다리를 바동거리기도 하고-- 고양이 재롱은 개들과는 또 양상이 다르다. 개들이 남성적이라면 고양이는 여성적이다.

 

 집에 들어온 첫날

 

 지붕 위에서-아래로 잘 내려오지 않는다

 

아슬아슬~

 

내려와 봐, 안 물께~

 

경계의 눈빛

 

 구덩이를 파고 은신~

  

조심조심 뜰을 거닐어 보기도~

 

카메라를 들이대니 줄을 잡고 장난을 건다

 

아예 벌렁 누워~

 

 마음의 평정을 찾다 

 

 작전 구상 중

 

딴청 피지마

 

 신경전

 

 덤벼봐

 

 배째라!

 

 못살겠다, 도망 중

 

 

 나 좀 냅둬!

 

 그의 동물 사랑이 남다른 걸 안 지는 오래지 않다.

결혼 초에 무슨 일로 보신탕 얘기를 꺼냈더니 자기는 절대로 안 먹고 나도 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만약에 먹으면 어쩌겠다고 상당히 위협적인(?) 말을 했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인데, 어릴 적 시골집에서 친구처럼 함께 들길을 내달리며 뒹굴고 지내던 개가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개장사가 데려가 버린 것이다. 그때 얼마나 큰 상실감을

맛보았던지 이후로 보신탕집 근처는 얼씬도 안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나는 가끔 똥이나 치우고 쓰다듬기나 할뿐 두 놈(큰 개, 작은 개) 관리는 그의 몫이다.

정기적으로 주사 맞히고  약 먹이고 목욕시키고 사료 이외에 먹이를 떨어지지 않게 늘 챙긴다.

빈틈없고 자상한 성격으로 상대방도 그렇기를 바래서 덜렁대고 칠칠치 못한 나는 그와 곧잘 부딪친다. 

그러나 동물에 대한 남다른 보살핌에서 그의 참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집 업둥이의 입양을 보며 부처님은 싱긋 웃으실까?  (2009. 6. 2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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