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이었다.
인기척에 눈을 뜨니 새벽 5시다.
아들이 뭔가 손바닥에 받혀들고 심상치 않은 얼굴로 들어온다.
“무슨 일이야?”
“나비(집에서 기르는 길 고양이 이름)가 또--
새 둥지를 통째로 물어왔나 봐요. 베란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나가 봤더니
새끼 두 마리는 죽어있고 여기 세 마리가--“
들여다보니 손가락 두 마디 만한 작은 새들이었다. 동네 텃새 직박구리 새끼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참새새끼였다.)
이제 겨우 털이 나기 시작해서 목이며 가슴 등은 아직 발간 살이 그대로다. 난감했다.
아들이 나비를 ‘개 패듯’ 때렸다 하니 쫓아나가서 또 혼낼 수도 없고--
언제나 나비편인 남편,
“주인한테 뭔가 주고 싶어 물어온 걸 거야~”
풀숲에 들어가면 사냥꾼의 본색이 나온다
매미는 물론 참새도 사냥한다
평소엔 이렇게 마냥 게으름뱅이
가게를 열 만한 시간에 청계천 7가로 갔다. 다리와 날개에 힘이 붙어 날아갈 때까지
돌보려면 당장에 새장과 먹이가 필요하다.
하루 종일 째짹거릴 때마다 주사기에 이유식을 넣어 먹였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어제 저녁과 오늘 새벽 두 마리가 죽었다.
어제 죽은 것들과 함께 4마리를 대추나무 밑에 묻었다.
‘이렇게 금방 갈 거 뭐 하러 왔니?’
목이 메어 온다.
건너편 나무꼭대기에서 새가 자지러지게 운다. 어미인 모양이다.
이렇게 셋이 살아 있었는데~
한 마리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둘은 가고~
남은 한 마리에 대한 가족들의 염원이 간절하다.
‘제발 너만은 살아 다오~ 속히 자라서 네 어미 곁으로 가야 하지 않니?’
다행히 한 놈은 목청도 카랑카랑하고 먹이도 입을 짝짝 벌리며 잘도 받아먹는다.
이름도 지어 주었다. 새벽에 찾아 왔다고 해서‘새벽’이라 지었다.
매일 아침 5시면 창가에서 노래하는 새들의 가족임에 틀림없을 새벽이-얼른 자라 너도
저 높은 향나무 가지에 앉아 멋지게 울어 보렴~~
수면 양말 속에서 소리만 나니 열심히 들여다본다
궁금하기 짝이 없는 모양이다
아예 그 앞에서 망을 보고 있다.
앉을 줄도 설 줄도 몰라 엉거주춤~
새벽아, 잘먹고 튼튼한 다리와 날개로 저 하늘로 힘차게 날아가렴! (2011.5.26. 목)
5월 31일 여행지에서 <새벽>이 소식 듣다-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새벽이 하늘로 가다.
가엾은 넋, 내세엔 꽃으로 피어나라고 <이사벨라>꽃 옆에 묻어 줬다. 잘가라, 새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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