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나비의 만행 2

맑은 바람 2011. 5. 26. 22:29

 

어제 아침이었다.

인기척에 눈을 뜨니 새벽 5시다.

아들이 뭔가 손바닥에 받혀들고 심상치 않은 얼굴로 들어온다.

무슨 일이야?”

나비(집에서 기르는 길 고양이 이름)가 또--

새 둥지를 통째로 물어왔나 봐요. 베란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길래 나가 봤더니

새끼 두 마리는 죽어있고 여기 세 마리가--“

들여다보니 손가락 두 마디 만한 작은 새들이었다. 동네 텃새 직박구리 새끼 같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참새새끼였다.)

이제 겨우 털이 나기 시작해서 목이며 가슴 등은 아직 발간 살이 그대로다. 난감했다.

아들이 나비를 개 패듯때렸다 하니 쫓아나가서 또 혼낼 수도 없고--

언제나 나비편인 남편,

주인한테 뭔가 주고 싶어 물어온 걸 거야~”

 풀숲에 들어가면 사냥꾼의 본색이 나온다

 

 매미는 물론 참새도 사냥한다

 

 평소엔 이렇게 마냥 게으름뱅이

 

 

가게를 열 만한 시간에 청계천 7가로 갔다. 다리와 날개에 힘이 붙어 날아갈 때까지

돌보려면 당장에 새장과 먹이가 필요하다.

하루 종일 째짹거릴 때마다 주사기에 이유식을 넣어 먹였는데 뭐가 잘못됐는지

어제 저녁과 오늘 새벽 두 마리가 죽었다.

어제 죽은 것들과 함께 4마리를 대추나무 밑에 묻었다.

이렇게 금방 갈 거 뭐 하러 왔니?’

목이 메어 온다.

건너편 나무꼭대기에서 새가 자지러지게 운다. 어미인 모양이다.

 

 이렇게 셋이 살아 있었는데~

 

 한 마리는 처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둘은 가고~

 

남은 한 마리에 대한 가족들의 염원이 간절하다.

제발 너만은 살아 다오~ 속히 자라서 네 어미 곁으로 가야 하지 않니?’

다행히 한 놈은 목청도 카랑카랑하고 먹이도 입을 짝짝 벌리며 잘도 받아먹는다.

이름도 지어 주었다. 새벽에 찾아 왔다고 해서새벽이라 지었다.

매일 아침 5시면 창가에서 노래하는 새들의 가족임에 틀림없을 새벽이-얼른 자라 너도

저 높은 향나무 가지에 앉아 멋지게 울어 보렴~~

 

수면 양말 속에서 소리만 나니 열심히 들여다본다

 

 

궁금하기 짝이 없는 모양이다

 

아예 그 앞에서 망을 보고 있다.

 

 앉을 줄도 설 줄도 몰라 엉거주춤~

 

 새벽아, 잘먹고 튼튼한 다리와 날개로 저 하늘로 힘차게 날아가렴!    (2011.5.26. 목)

   5월 31일 여행지에서 <새벽>이 소식 듣다-날개를 펴보지도 못하고 새벽이 하늘로 가다.

가엾은 넋, 내세엔 꽃으로 피어나라고 <이사벨라>꽃 옆에 묻어 줬다. 잘가라, 새벽아~

'반려동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구가 된 개와 고양이  (0) 2011.09.22
(둘) 두리짝궁  (0) 2011.08.26
두리와 금강이  (0) 2011.05.01
나비의 만행  (0) 2010.08.04
업둥이(새끼고양이)  (0) 2009.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