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만행

 

작년 말 우리 집에 업둥이로 들어온 나비(암고양이)가 어느새 건강한 숙녀(?)가 됐다.

그런데 하는 짓이 심상치 않다. 옛날 같으면 집안의 쥐들 씨를 말렸을 거다.

동작이 얼마나 날쌘지 걸핏하면 날짐승을 잡아 죽이거나 가지고 와 논다.

 

어느 날 나무 밑에 새 날개가 보여 자세히 보니 몸뚱이는 없고 날개 두 쪽만 남겼다.

나비와 금강이 짓이 틀림없다. 두 놈을 두들겨 패며

 “그 따위 짓 또 하면 혼나~”라고 호통을 쳤다.

얼마 뒤 베란다를 청소하는데 손가락만한 죽은 쥐새끼가 한 마리 보였다. 우리 집에 왠 쥐새끼? 하며

자세히 보니 쥐와 모양이 달랐다. 주둥이가 두더지 비슷도 하고-남편이 들여다보더니 족제비새끼 같단다. 마당구석에서 어느 날 황금빛 족제비를 본 적이 있다고-

 

며칠 전, 매미가 베란다에서 자지러지게 운다. 내다보니 나비가 매미 한 마리를 발밑에 놓고 앞발로 툭툭 치며 가지고 논다.

“안돼.” 소리 지르며 매미를 빼앗았다. 잠시 정신을 가다듬게 하고 부엌 쪽 창으로 날려보냈다.

 “매~엠”하고 소리 지르며 날아간다.

 

그런데 어제 또 나비의 울음소리가 좀 이상해서 베란다로 나가 보았더니 황급히 계단 밑으로 주르르

내려간다. 입 주변이 이상하다. 쫓아가서 보니 새 한 마리를 입에 물고 있다. 새끼 참새였다. ‘짹’하고

우는데 치명상을 입지는 않은 것 같다. 일단 방으로 데리고 들어와 풀어 놓았더니 푸득거리며 구석으로만 파고든다. 이러다 날개를 다치겠다 싶어 도로 찾아서 베란다로 나갔다.

건너 집 향나무 쪽을 향해 손바닥을 폈다. 한동안 정신을 가다듬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잠시 후 푸드득 건너편 나무 둥지로 날아간다.

저 새끼 참새는 제가 지옥 입구까지 갔다 온 줄 알까?

나비는 또 두들겨 맞고 혼나고-- 개념 없는 나비가 정신을 차릴 리 없다. 야생의 본능을 지키려는

행동인가 보다.

 

그러던 나비도 얼마 전 지옥입구까지 갔다 왔다. 어스름 새벽에 2층 창가에서 우는 소리가 나서 일어나

보니 창문 밖 난간에 앉아  야옹거리는 게 아닌가? 놀라서 거실 베란다로 뛰어나가 “이리 건너와!”하니

잠시 뒤 와당탕 홈통 부딪는 소리가 났는데 나비는 보이지 않았다.

아래를 보니 마당 풀밭에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더니--. 죽은 듯 꼼짝을

않고 있다. 건드리면 안 좋을 것 같아 그냥 지켜만 보았다. 한참 뒤에 앞발 하나를 조심스레 내딛는다.

다시 다른 쪽 발을 내딛더니 계단 밑까지 와서 또 한참을 꼼짝 않고 있다. 치명상은 아닌가 보다고 들어왔더니 어느 새 올라와 제 집에 들어가 있다. 한 이삼 일 노는 품새가 신통치 않다. 제 몸 안에서 치유의 힘을 끌어내 고치고 있나보다.

     

        사이좋은 세 친구

 

     

       늘 움직임을 쫓는다

 

      

        위태로운 난간을 타고 다닌다

 

      

        사소한 움직임에도 민감한 반응을~

 

      

                             카메라끈을 잡고 있는 장난꾸러기~

 

     

      나른한 한나절

 

애완동물을 기르다 보면 사람보다 지혜로운 행동을 많이 보게 된다.

탈이 나면 일단 밥을 먹지 않는다. 아무리 먹여 보려 해도 소용없다. 다시 먹기 시작할 때는

몸이 원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식구들이 다 들어오기 전에는 들락거리며 잠을 안 잔다.

나비조차도 식구가 모두 외출하면 대문 위에 올라앉아 들어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사람들이 곧잘 내뱉는 ‘짐승만 못하다.’는 말-그들의 선한 눈동자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너희들도 우리만 같아라.”   (2010. 8. 4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