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수녀 지음/ 박종구 신부 옮김
2005년 이 책이 출판될 당시 97세인 작가는 오랜 경험의 열매를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됐다고 한다.
내용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대답 없는 밤과 출구 없는 길의 고통’을 겪은 이야기다.
그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파도에 휩쓸려 죽는 광경을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왜, 무엇 때문에 저렇게 죽어야 하나?’
사춘기 이래로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안고 번민하던 그녀에게 정신적 스승이 나타난 것이다.
파스칼의 <팡세>-거기에 그녀가 찾는 답이 보였다.
이 책을 쓰는 근원적인 목적은 파스칼의 생각을 통해서 의미있는 길을 제공하기 위함이라 했다.
작가는 삶의 의미는, 물질이나 정신의 두 차원을 엄청나게 필요로 할지라도 이 두 차원을 넘어선,
오직 마음(사랑)의 차원에서만 발견되는 것임을 말하고자 한다.
<인간은 물질적인 존재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 있는 동물, 육체, 물질을 부정해서도 무시해서도 안 된다.
본능적 욕구는 죄가 아니며 그 자체로는 선도 악도 아니기 때문이다.
농담을 즐기고 웃음도 배우며 지나치게 심각할 필요도 없고 기도할 때는 아빠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아이처럼 단순하게 기도하라는 어느 신부님의 조언은, 지나치게 자기 억제를 해온 에마뉘엘 수녀를
질곡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식욕마저 억제하고자할 때 그녀는 수련장 수녀님의
질책을 들었다.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식사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일깨워 주었다.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먹고 마시는데 상당히 신경을 썼던 것처럼--
<우주가 아무리 광대하더라도 생각(이성)보다 더 가치 있지는 못하다. 그러나 정신은 위대하지만
한계가 있다.>
‘여러분이 어떤 어려움에 빠지거든,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고 가슴에 메아리쳐 행복해 하는 어린애처럼,
천천히 복음서의 한 페이지를 봉독하세요.’
글쓴이는 어느 수녀님의 이 말에 따라 요한복음서 6장 51절을 즐겨 읽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오직 자신의 힘에 의존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소유하고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이성으로는 알 수 없는 말씀이다.
<마음은 순수이성도 아니고 정감도 아니다. 마음은 인간 존재의 중심이며 육체와 이성의 결합이며 감성과 의지의 결합이다. 마음은 행동의 동력이며 가장 내밀한 인격을 구성토록 하는 일체이며 고도의 복잡성을 띤 유일한 존재이다.-파스칼>
글쓴이는, 성서에서의 ‘마음’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인간이 하느님에게 말을 건네는 장소를 가리키며
사색의 장소요 절망과 찬미가 외쳐지는 곳이라고 했다.
그 후 그녀는 어느 겨울 밤 카이로의 빈민구역에서 마침내 하느님의 현존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배운바 없는 여인이 의심 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확신하고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지닌 것을 보고--
<에마뉘엘, 떠나라! 빈손으로 헐벗은 이들에게로 가라.>
아끼던 모든 물질과 정신적 허영을 다 내려놓고 자신을 잊어버리고 어린이의 정신으로 돌아가 ‘봉사와 나눔’의 삶을 위해 나이 62세에 그녀는 카이로 빈민가를 향했다.
<모든 육체를 합친 것, 모든 정신을 합친 것, 그리고 육체와 정신이 낳은 모든 것도 ‘사랑의 가장 작은
몸짓’보다 가치 있지는 않다.-파스칼>
그녀는 가난한 생활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사람들은 그녀가 희생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웃었다.
* 사랑할 때 희생이란 없다. 즐거움만 있을 뿐이다.
* 사랑은 내면으로부터 자기를 초월하는 인간적 삶의 부분이다.
* 사랑은 신비이다. 사랑은 ‘움직임’이기에 신비하다. 사랑은 관계이기 때문에 움직임이다.
* 사랑한다는 것은 타자의 다름을 듣고 배우는 것이다.
* 사랑은 자아 안에서 울려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 사랑은 내가 상상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웃이 원하는 방식으로 주는 존재의 보어이다.
하느님은 참사랑이 무엇인지 보여주셨다. 인간에 대한 사랑의 열정으로 하느님은 인간의 방식으로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의 방식으로 인간에게 말을 걸어오시고 인간의 기대에 대답하러 오셨다.
우리의 실존은 사랑하면서 의미를 찾는다. 관계의 신비 안에서 우리는 자신에게서 벗어나서야 우리로서 탄생한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습일 때 그보다 더 인간적일 수가 없다.
* 사랑은 새로 태어난 아기처럼 늘 갱신되는 숨결이며 우리 삶의 영감이요 호흡이다.
* 작아서 잡을 수 없는 사랑은 바람과 같다.
사랑이 없다면 우리가 무엇이 될 수 있었을 것이며 또 무엇이 될 수 있겠는가?
지구의 어느곳에서나 사랑의 불씨가 반짝인다. 그래서 세상은 암흑 속에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 사랑이란 우리가 신의 본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사랑은 우리가 神化되는 길이다.
* 오직 사랑만이 우리가 위대함과 비참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면서도 기쁨에 머물 수 있게 한다.
* 사랑은 개인적인 내기이다.
* 사랑은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 사랑은 우리들 자유의 참된 결실이다.
***이 책은 독서모임의 교재로 채택된 것이어서 처음엔 밑줄을 그어가며 찬찬히 읽었다. 그러나 다소 어렵고 지루해서 요점 정리를 해야겠는데 손이 가질 않았다. 오늘 독서모임에서 한 사람씩 내용 정리한 것과 감상을 나누었다. 이제 다시 읽으니 전체의 윤곽이 보이고 글의 깊은 맛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리를 함께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가 보다.
(2009. 7. 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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