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류승국(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수강생이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어 강의실 앞자리에 미리 자리 잡고 앉아 있는데 어깨가 완전히 굽은 노인이 단장을 짚고 걸어 나와 강사 자리에 앉으신다.
‘아휴, 저런 노인이 어떻게-- 오후엔 졸게 생겼군.’ 나름대로 외관으로 판단한다.
그분도 우리쪽을 건너다보며 나름대로 판단하시겠지?
‘희끗희끗한 머리를 보니 나이께나 든 사람들이 학구열이 있나 보군, 표정들이 단단한 걸 보니--’라고.
사회자의 간단한 약력소개가 끝나고 강사는 연단으로 올라간다.
힘드실 때 앉아서 강의하시라고 탁자와 의자도 준비해 놓았다. 마이크 앞으로 다가선 강사는 천천히 강의실을 둘러보며 말문을 연다. 단호하고 힘 있는 말이다. 말과 말 사이에 군더더기가 없다.
말씀이 이어질수록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86세의 고령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천박함이여!!’
오늘 강의 제목인 ‘공자와 東夷 문화’에서 중요한 것만을 발췌해 본다.
***동방 사상은 堯舜사상이며 요순사상은 곧 東夷사상인데 동이는 바로 古朝鮮을 가리킨다.
***중국학자 노간은 “중국민족은 하은주 삼대를 거쳐 발달해온 서방의 華夏族인 것이요, 동 방에 있어서는 하은주 삼대 이전부터 일찍이 발달한 非漢語系의 민족이 있었으니 이것은 곧 東夷族이다.”라고 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세상에 도가 행하지 않음이 애석하다. 君子國의 나라 九夷(朝鮮)에 가 살고 싶다.“고 했다. 이와 같은 기록은 하마터면 영원한 수수께끼가 될 뻔했던 갑골문자 의 발견으로 밝혀지게 된 것이다.
***기원 전 6세기에 살았던 공자는 堯舜을 으뜸가는 선생으로 삼아 “나는 요순임금(요순사 상)을 진술했지, 창작한 게 없다.”고 말했다. 즉 유학은 공자 이전부터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는데 다만 공자에 이르러 종합, 정리 집대성한 학문으로 본다. 즉 堯舜을 이상적인 최고의 인격으로 사모하고 존중했다고 논어에 밝혔다.
전직 대통령 중에 ‘大道無門’을 강조한 분이 계셨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與野가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어 갈등의 골이 좀체 메워지지 않는다. 유교 정신의 핵심인 ‘不同同 之之謂大道(같지 않은 것을 하나 되게 하는 것을 일컬어 大道라 한다.)’를 음미하고 실천 했으면 좋으련만.
***고조선의 사고방식은 ‘順 陰陽해야.’한다 이고 가치관은 착하고(善) 참되고(眞) 성스럽고(聖) 아름다운(美)
인간이 진정한 조선인이다. 라고 한 것으로 미루어서도 공자가 고조선을 군자국이라 칭할 만하다.
또 군자국은 好讓不爭(양보하기를 좋아하고 서로 다투지 않는다.)하고 仁慈하다고 했다.
(東至日所出 爲太平國 太平之人 仁慈)
문외한의 입장에서 류승국 교수가 밝힌 학설(?)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공자는 그 선조가 宋人이요, 宋은 殷의 후예라고 <史記>와 <論語>에 기록했다는 점이다
.殷은 東部族이며 지리적으로 산동은 東夷族의 본거지이므로 공자는 동방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孔孟사상=東夷사상=仁義사상=君子사상이며 이는 곧 순임금의 인격과 사상인 것이다.
오늘 강의 내용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그동안 우리가 교육 받은 내용과 사뭇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역사적 고증이 뚜렷하므로 일개 학설에 불과하다고 치부해 버릴 수도 없다.
다만 세계는 힘의 논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 학설을 받아들이려면 중국의 자존심이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없는 역사도 새로 만들어 힘을 키우는 그들이 아닌가?
한편 공자 생존 당시 공자가 말했던 군자국의 모습이 우리들한테 있나 점검해 볼 때 역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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