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스페인

스페인기행(1)<서울-뮌헨-마드리드> 기쁨은 참는 자의 몫

맑은 바람 2010. 2. 7. 23:08

2010. 1. 23 토 첫째 날

<서울-뮌헨-마드리드> Hotel Holiday Inn Express

 

-기쁨은 참는 자의 몫-

<루프트한자>가 육중한 몸체를 들어 올려 9000m 상공의 구름바다로 솟구치는 순간 나는 잡다한 일상과 잠시 이별한다.

다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들과 사물에 마음을 쏟고 온몸의 감각들을 동원해서 마음껏 대상을 즐기리라.

 

서울에서 뮌헨까지 8491km를 평균 900km로 이동하여 11시간 17분 후에 공항에 닿을 예정이다.

금속 통 속의 32인치 공간에 갇혀 하루의 절반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독일인과 한국인 승무원이 날라다 주는 두 끼 식사, 파스타와 떡갈비를 맛있게 먹고 수시로 제공하는 와인, 커피, 사과 쥬스도 넙죽넙죽 잘도 받아 마셨다.

여행자의 자유로운 심신이 입맛까지 돋우나 보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번져 오는 허리통증과 마비될 것 같은 다리-화장실 출입을 핑게 삼아 일어나 좁은 통로를 왔다갔다해 보지만 앉아있는 사람들이 정신 산란할까 보아 도로 주저앉는다. 옆자리 젊은 부부는 두툼한 책을 펴놓고 독서삼매경- 뒷자리 젊은 독일청년은 옆의 여인에게 끊임없이 수다를 떤다. 대화를 나눈다기보다 혼자 웃고 떠들고-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기 힘든가 보다. 내 앞에 혼자 앉은 여인은 좌석 뒤에 붙은 모니터로 이 영화 저 영화 바꿔 보며 지루함을 달랜다.

혼곤한 상태로 잠이 들락말락하는 순간 하강의 굉음이 들리고 순간 창밖으로 검은 벨벳에 자잘한 보석가루를 흩뿌린 양 찬란한 어둠 속에서 <마드리드>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로에 지친 나그네를 덥석 안아줄 듯이-

기쁨은 참는 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