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오전 10시 28분
내가 한국에 있을 때 11월 초에는 약간 기온이 내려갔다는데, 왠걸 요 며칠 여름 날씨같이 따스해서
젊은이들은 낮에 반소매를 입고 나왔어. 한국과 미국이 구별이 되질 않아. 하기사 열두어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겠지만.
선이 이런 면이 있었구나싶게 여러사람에게 두루두루 잘하면서도 부회장노릇을 딱 부러지게 하고 있더라구, 내심 감동받는 거 많아.
교직생활을 오랫동안 한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앞에서 끌어가려고만 하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고 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 있곤 하거든. 그런데 선이는 중용을 잘 택하면서도 앞장서서 이끌어야 할 일에는 앞장서면서 너무도 근사했어. 내친구 선이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었구나 싶어 절로 미소가 흘러나오게 되더라니까.
선이 부회장으로 크레딧을 이미 많이 쌓아 놓아 이번 나의 한국 방문이 더욱 덕을 봤나봐.
이곳저곳 데리고 다녀도 부회장님이 같이 데리고 다니니 자연스럽고 그치?
느티회 멤버들, 하나하나 기막히게 능력있는 친구들인데, 또 한편 그렇기에 두드러지는 면들이 많이 있겠지. 그런 모든 면들을 서로서로 다치지 않게 커버하면서 잘들 지내고 있더구나.
미국에 혼자 훌쩍 떨어져 그동안 살아내느라 힘들어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었는데, 이제 60이 지나고보니 조금씩 외로워지고 나 혼자 이게 뭔가 그런 생각도 들고 그래.
우리 남편도, 얘기를 하자면 흉을 볼 것도 많고 모가 많은 사람이거든. 자기는 일찌감치 퇴직했다고
큰소리치며 지내고 있지만, 나를 아직까지도 일선에서 완전히 해방시켜 주지도 못하면서,
어떤 때는 얄밉고 양심이 없다 싶기도 하고 그래. 어쩔 수 없었겠지만, 한 3년만 더 버텨주었으면
지금의 내가 한국 드나들며 편히 지낼 수 있었는데 말이야, 물론 본인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내가 이런 생각하는 것조차도 모르겠지만서두.
내가 감히 살 만하니 까분다 그치? 어쨌거나 미국에 와서 새로운 인생 개척했기에 오늘이 있게 된건데 말이야 ^^
아무튼, 이번 한국행은, 신이 내게 내려주신 보너스라는 생각이 들어 모든 이들에게 고마워.
특히나 선이에게.
발 아픈 거 치료 잘 하셔. 너무 혹사시키지 말고. 그 뼈 주사좀 알아봤으면 좋은데
잘 지내시고 안녕히,
여독이 좀 풀렸는지?
바람피거나 여편네 때리거나 도박하는 넘 아니면
그냥 사는 거란다.
그넘이 그눔이니까!
그래도 가끔
돈도 잘 벌고 맘도 좋고 겉도 멋있는 남편
모시고 사는 뇬 보면 샘 나긴 해, 그치?
그렇지만 어쩌냐?
이나마 감지덕지하고 살아야지,
칭찬해 줘서 고마워.
드러내 놓고 욕하는 애들이 없어서
기냥기냥 잘 봐주나 보다 하며 지냈어.
이제 한 달 남짓이면 책임완수라 생각하니 홀가분하다.
그런데 뼈주사는 왜?
나 뼈주사 효과가 없어진 모양이야.
아니면 헬스를 너무 과하게 했든가.
도로 절룩거려.
처음보다는 훨 나아지긴 했지만.
아프다는 사실을 잊고 계속 움직이려 해.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운동 또 운동하고
뼈와 관절에 좋다는
토마토 페이스트, 닭발, 검정콩 이런 거나 열심히 먹어.
두 다리가 성해야 내년에 미국에서 또 만나지.
영적으로도 맑아지려면
기도 생활도 꾸준히 해.
안녕~
(2009년 11월 14일 토요일, 오후 2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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