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마야의 노래로 더 잘 알려진 김소월의 <진달래꽃>, 국민배우니 국민가수니 하는 말이
있는데 <진달래꽃>은 '국민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누구나 외는 우리의 민요가락의 시다.
나는 이맘때면 서울 성곽 그 어디쯤에 피어 있을 진달래꽃이 보고 싶어진다.
시내에 볼 일을 마치고 안국역 2번 출구로 나와 마을버스 2번을 탔다.
성균관대 후문에서 내려 새로 단장한 산책로를 따라 조금 오르면 <와룡공원>이라는 대문짝만한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거기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오르면 <북악산 근린공원>입구가 보이며 그곳부터는 흙길이다. 포장도로는 걸으면 걸을수록 발목과 발바닥이 아파 오지만 흙길은 한나절을 걸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야산이지만 산자락이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재미도 있다. 성곽을 넘어 숙정문으로 빠질 수도 있지만 성곽 길을 따라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것이 무리가 없고 시간도 알맞다.
< 와룡공원> 가는 길
산행 화두로 가슴에 담고~
입간판이 좀 우악스러워~
산수유가 한창~
개나리길
흰매화
분홍매화
와룡공원 쪽에는 산수유, 매화, 진달래, 개나리가 다투어 피어나고 있지만 산 속엔 꽃이라곤
진달래뿐이다. 계곡 쪽으로 개나리가 서서히 피어나고 있긴 하지만-
개나리와 진달래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피는 봄꽃이건만 개나리를 예찬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유용성 때문인가?
‘두견화’ ‘참꽃’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하는 진달래는 아이들이 따서 먹기도 하고 煎을 부칠 때 그 위에 놓아 花煎이라 하고 술잔 위에 띄워 花酒를 마시기도 한다.
게다가 삭막한 산중에 어느 날 선분홍 꽃송이가 점점이 떠오르다가 하나 둘 허공에 피어나는 걸
발견하면, 소식 끊어졌던 친구를 다시 만난 듯 반갑고 감격스럽다.
내가 진달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後者 쪽에 있다.
예상대로 성곽 그 어디쯤에서 내가 찾던 진달래를 만났다. 해가 덜 드는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다른 꽃들보다 빛깔이 진하고 더 새치름하다. 잠시 발을 멈추고 눈인사를 나눈다.
점점이 흩어진 꽃봉오리
맘이 더 가는 진달래
파리가 아니라 호박벌
햇살 좋은 곳은 꽃 빛깔이 훨씬 환하다
친구들처럼 다정하다
눈 덮인 겨울 산이거나 한겨울, 늘푸른 나무들 사이에 의연히 서있는 裸木이 더 멋있다는
이들도 있지만 난 아무래도 가슴 설레는 봄소식을 안고 찾아온 것만 같은 분홍 진달래가
더욱 사랑스럽고 정겹다. (2010. 4. 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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