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자작시

장봉도에서-망둥어를 낚으며

맑은 바람 2010. 4. 12. 23:36

망둥어를 낚으며

 

밀물 때를 기다려 바다로 들어선다

곰실대는 갯것들의 둥지 무너뜨리며

매끌매끌 갯벌 위를 걸어간다

 

거꾸로 선 물음표 끝에 갯지렁이 몸뚱이 공양하여

깊은 물속으로 내려가니

이내 발등을 차거나 뒷다리 톡톡 건드리며

망둥어들의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열 마디 낚싯대가 찰랑 찰랑댈 때마다

손톱 투구 게거나 투명 창유리 새우거나

출생 신고도 아직 못했을 망둥어 새끼가

눈알 말똥말똥 끄달려 올라온다

 

작고 어린 것들 대롱대롱

거꾸로 선 물음표에 매달린 채

말끄러미 내 속내를 기웃거리면서

가을 서해 먼 바다에 집행유예를 기다리는 듯  (2006. 9. 25 )

(2008.9.3 예띠 시낭송회 사화집에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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