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껏 여유를 부리자고 맘 먹고 나선 길이라 걸음걸이도 여유작작-
가다가 멈춰서 달래나물도 캐고 이제 막 새순을 내는 나무들을 바라보며 찬탄을 하고 작은 풀꽃들도 들여다보고 다리가 아픈 듯 싶으면 길가 축대에 걸터앉아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보고 땀을 식히며 이름 모를 새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해발 800m에 자리잡은 농평마을을 향해
달래나물을 발견하고-
시간이 없어 너댓 뿌리만 캤다
한시간 가량 걸었다, 아직 반밖에 못왔다
중간마을-장뇌삼 도난사건으로 유명해진 마을
弄平마을(여우가 들에서 해골을 들고 춤을 췄다는, 명당자리가 있는 마을이라는 데서 유래)이정표
단풍꽃이 애잔하다
새순이 참으로 곱다
다들 지쳤나 보다
가파른 고갯길에 이르렀을 때 산장 주인이 차를 몰고 내려왔다.
아내는 지금 산 속에 있다고 한다.
오월은 나물이 많이 나오는 철이라 산사람들은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분주하다.
우리가 올라온 길
복사꽃 나무
몸은 지쳤어도 기분은 널 닮았어~
주인이 떠나간 집-빨치산이 여기서도 분탕질을 했겠지
우리는 마침내 해발 800m, 하늘 아래 첫동네인 구례군 토지면 농평리 농평마을에 도착했다.
숙소로 정한 <지리산풀꽃농원>에 짐을 풀고 주변을 돌아봤다. 폐교 자리에 지은 집과 터가 시선을 끌어 그리로 발을 옮기니 주인남자가 시원한 오미자차를 내왔다.
산에 들면 사람들 심성이 모두 고와지나 보다.
표정들이 모두 순하고 외지인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드디어 도착(지리산풀꽃농원)
여기가 피아골 하늘 아래 첫동네
이곳까지 저렇듯 번듯한 팬션이 들어섰다
지금은 폐교가 된 자리에 아동이 웃는 듯 우는 듯 묘한 표정으로 서있다
수영장이었던 자리에는 풀이 자라고~
교회도 터만 남고
소쿠리엔 갓 뜯은 고사리가 하나 가득~
저녁으로 나온 상차림을 보며 감사기도가 절로 나왔다.
주인아주머니가 종일 산을 오르내리며 뜯어 온 곰취나물, 쑥부쟁이, 두릅, 무치고 데치고 볶고~
하나하나 여주인의 정성이 담긴 음식들이었다.
우리는 토종닭찜에 녹두 닭죽까지 곁들여 푸짐한 저녁을 먹었다.
식후에 나온 百草茶는 문자그대로 온갖 좋은 풀들로만 우려낸 차라, 감기가 심해 영양주사까지 맞고 온 친구에게 名藥이 되었다.
아픈 사람 끌고 온 죄(?)가 있어 그 친구에게 특히 여러 잔 마시기를 권했다.
칠흙의 어둠이 찾아오자 새도 잠든 깊고 적막한 지리산은 두터운 이불자락을 끌어와 덮어줬다.
비록 장작불은 아니지만 얇은 요를 통해 전해오는 따끈한 방바닥의 온기가 나를 어느새 깊고 달콤한 잠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2010. 5. 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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