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의 <자전거여행> 길에 만난 ‘요강바위’ 그리고 ‘옥정호’ 물안개-이들이 계속 나를
섬진강으로 부른다. 지난 해 마암분교, 덕치초등학교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아쉬움을
안고 떠났다가 다시금 섬진강 길에 들어섰다.
717번 도로를 타고 올라가다가 <천담교>에 이르렀다.
다리 부근에 차를 세워 놓고 왔다갔다하니까 할머니 한 분이 거동을 살피러 나오셨다.
“장구목 요강바위를 보러 왔는데요, 어느 쪽으로 가나요?”
“예서 도로 나가 아까 오던 길로 가면 장구목 가는 표시가 있을 끼여. 그리로 쭈욱
따라 올라가.”
“여기 천담 마을엔 뭐 볼 만한 것이 없나요?”
“그냥 마을이지 뭐--”
산그늘이 내려오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바빠졌다.
차를 돌려 오던 길로 조금 가니 이정표가 나왔다. <장구목>, <학정농촌체험마을>
개울가 숲 속으로 비포장도로가 이어졌다. 이런 곳에 인가가 과연 있을까,
반신반의하면서 물길을 따라 인적 끊긴 숲길을 더듬어 나가는데--세상에~
순찰차 한 대가 저쪽에서 오는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창문을 내리고 괜히 말을 걸었다.
“여기서 요강바위까지 먼가요?”
“한 십여 분 가시면 됩니다.”
“人家도 있나요?”
“가시면 민박집도 있고 식당도 있습니다.”
차는 서로 엇갈리면서 가던 길을 재촉한다. 중간 중간에 갈래 길이 나왔다.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우연에 맡기고 직감으로 길을 선택했다.
다행히 길을 제대로 잡아 나가 마침내 <요강바위> 안내판을 만났다.
얼마나 반가운지!!
바로 앞 물가로 내려갔다. 거기 그렇게도 나를 궁금하게 하던 요강바위가 떠억 버티고
앉아있지를 않는가. 문자 그대로 바위 한 가운데가 동그랗게 푹 꺼진 형상이 마치 요강 같았다.
세월의 두께는 천사의 옷깃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닳아 없어진다는데 요강바위가 겪어낸
풍상을 가늠하기 어렵다.
바위 주변엔 널찍한 통반석들이 드넓게 깔려 있었다.
그 무심한 자연물 어느 하나도 이 마을 사람들의 애정이 배지 않은 것이 없어 보였다.
녹색 산 그림자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 산마을은 깊은 정적이 감돌았다.
물가 산자락에 몇 채 집이 있는데 한 남자가 마당을 쓸고 있었다.
“어디 저녁 먹을 만한 데가 없나요?”
“저 집이 식당인데 모두들 시내 나가서 오늘 안 돌아옵니다.”
바로 앞집을 가리키며 사내가 말했다.
“그럼 민박집은요?“
“우리 집에서 민박합니다. 그런데 마누라가 시내 나가서 내일이나 오니까 밥 할
사람이 없지요.”
민박집 맨드라미 장독대-여주인의 깔끔하고 멋스런 취향이 느껴진다
내 표정을 살피던 남편이 말했다.
“아무래도 저녁을 제대로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시내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이 無人之境의 산 속에서 生面不知의 사내와 셋이 밤을 지낼 생각을 하니
남편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적막이 켜켜이 쌓여가는 산골 마을 깊은 계곡의 물소리를 뒤로하고 우리는
순창으로 향했다. (201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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