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방/21 세기에 남을 한국의 시 10 편

9.<꽃> 김춘수

맑은 바람 2010. 12. 12. 00:19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1952년 작)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심오한 내면세계와 상관없이

이 시는 연애시로 많이 애용되고 있다.

선생도 자신의 시에 관한 시험문제를 40점밖에 받지 못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시에 정답을 부여한다는 일이 참 어려운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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