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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새벽길
화 살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십 년 동안 가진 것
몇십 년 동안 누린 것
몇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 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정의의 병사여, 영령이여!
(시집 <새벽길> 1978년 발표)
***1970년대 유신독재에 항거한 최고의 저항시로 꼽힘. 고은선생은 몇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직 수상을 하지 못했다. 국력이 뒷받침을 못해서인가, 아니면 선생의 시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해서인가--안타깝다. 아직 우리나라에 단 한 사람도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