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일본의 대재앙을 보며

맑은 바람 2011. 3. 16. 21:12

 

 

<일본 대지진> 5일째-

재앙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재앙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고통이다.

우리 땅에서 겨우내 구제역 발생으로 소 돼지가 수백만 마리나 독주사를 맞거나 산채로

땅속에 매몰되어, 축산민 뿐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을 저리게 하더니

뒤이어 조류 독감으로 또 오리와 닭들이 순식간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라져

동물들의 원성이 구천을 떠돌 듯하여 심란하고 우울하여 그 악몽에서 깨어나지도 못했는데

이번에 사람 차례다.

 

9. 0의 대지진 발생, 화재, 쓰나미, 화산 폭발, 원전 유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재앙이,

한 시간이면 닿는 바다 건너 저편에서 매일매일 일어난다. 지축이 기울고 기후 변화가 예측되고--

지구상의 인간들이 저지른 죄 값을 바로 이웃 일본 땅에서 대신 받고 있는 게 아닐까?

 

몇 천인지, 몇 만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한순간에 물과 불과 땅 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며

사람의 목숨이란 게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어린아이의 손 안에 든 개미떼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사라지는 순간에 그들은 각기 어딘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며 계획을 세우고 공부나 일에

몰두했을 것이다. 아니면 오랜 노고 끝에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거나--

누가 몇 분 후에 닥칠 죽음을 예측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우리 땅에서 숱하게 떼죽음을 당한 동물들에게, 그리고 인간이라는 공동운명체로 살다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일본의 무수한 원혼들에게 엎드려 명복을 빈다.   

2011. 3. 16

 

S. Barber의 <Agnus Dei  하느님의 어린양, 예수> Accentus 중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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