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다시 밝힐지 모를 전등을 끄고 홀로 떠나는 첫 여행을 생각한다.-
제목 자체가 도발적이다,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니--
그러나 사실 여건에 묶여 옴짝 못하는 것이지 떠나고 싶어 몸살 앓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맛있게 살기> 블로그의 주인공 황 안나님은 정동아카데미에서 <여행작가 되기> 강의를 무척 재미있게 들었다고 했다. 강의 주제가 흥미를 끌어 아카데미에 전화를 해 보았다. 강사가 2학기에 여행을 떠날 계획이어서 강의 계획이 불투명하다고.
강사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여기저기 검색하다가 보니 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있었다.
바로 <떠나지 않으면 견딜 수없는>이라는 책-
사진이 대체로 무척 아름답고 더러 문학적 표현이 가슴에 와 닿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그의 삶이 투영된 글 속에서 깝깝함을 느꼈다.
한비야의 가슴 설렘도, 이주헌의 심미안도, 손철주의 해박함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는 길 위에 서야 오감이 살아나 비로소 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방랑자였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터키, 시리아, 요르단, 산티아고, 세네갈, 타클라마칸사막,
나는 글 속에서 그의 그림자가 되기도 하고 한줄기 바람이 되기도 하면서 그가 누리는 여행에 동참한다.
[남기고 싶은 글귀들]
-모든 결정적 순간은 항상 예기치 않은 우연에서 비롯된다.
-여행의 첫 순간은 생애 단 한 번뿐인 첫사랑처럼 아득하다.
-오랜 건물들은 새벽 칼바람에 진저리를 치며 가쁜 비명을 지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래된 필름처럼 우수에 젖은 이스탄불의 뒷골목
-긍정적인 사고방식도 여행을 위해 꼭 챙겨야 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카파도키아, 지구의 한 공간이라고 믿기엔 너무나 고요하며 동시에 현란하다
-1096년 십자군-보이지 않는 성스러움을 위해 이교도의 눈을 파고 죽은 것을 찬양하기 위해 살아있는 것의 목을 베었다. 죽음 뒤의 천국을 세우기 위해 지상을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다마스쿠스는 동방의 낙원이고 그 현란한 빛의 발원지이며 이슬람제국 중 최상의 초대처이며 新婦의 도시다.-중세여행가 이븐 주바이르
쌀람 알레이쿰(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
알레이쿰 쌀람(당신에게도 평화가 있기를!)
-많은 여행지를 다녀봤지만 시리아만큼 마음이 평화로웠던 곳도 드물다.
-여행자에게 사막은 로망이다. 관광용 사막과 진짜 사막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침묵의 소리를 들어라’ 표지판이 선 그곳에서 포장도로는 끝난다. 한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었던 세상의 모든 소리와 결별하고 이제껏 누려온 낯익은 오감은 버려야 한다. 이곳에서 침묵은 至賤이다. 이곳은 소리도 말라버린 증발의 땅이다. 소리의 밀도가 희박한 그곳에서 인간의 음성은 너무 또렷해서 오히려 낯설다. 빛과 어둠이 서로 자리를 맞바꾸는 시간, 사막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 찾아온다. 낮이 빛으로 포만했던 메마른 죽음의 세계였다면 밤은 어둠의 세례를 받은 생명의 세상이다.
길은 원래 주인이 없고 오직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신경준
-산티아고로 가는 길-그들은 길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을 발견한다.
산티아고로 가는 길은 순례자들에게는 세상을 향한 도전이고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그곳에서 순례의 기쁨도 걷기의 고단함도 여행자의 외로움도 하나의 선으로 단순화 된다.
-언제 도착할지 또 얼마나 걸어야할지 무엇을 위해 걷는지 묻지 않기로 한다.
걷는 것은 최대한 단순하고 미련해야 즐거울 수 있다.
진정한 즐거움은 걷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이다.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실체가 없는 것들과의 대결과 같다.
나태함과 편함의 유혹을 맨몸으로 이겨내야 하고 고독과 무의미함이란 헛것들과 싸워야 한다.
-용서의 고개-용서는 죄의식에서 비롯된 슬프고 어두운 사랑이다.
-몸은 길에서 부서지고 길에서 다시 만들어진다. 오래된 피와 살이 흩어지고 흙과 햇살이 만든 몸이 다시 태어난다. 길은 순례자의 몸이며 집이고 마음이며 세상이다.
-해가 지면 잠들어야 하고 해가 뜨면 또 걸어야 한다. 단순한 삶이지만 거기에는 힘이 있었다. 그 힘은 오로지 바짝 마른 욕망의 우물에서만 건질 수 있다.
-도시는 가까워질지 모르나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지고 얕아진다. 단 한 시간을 걸어도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는 길이 있지만 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은 하루를 함께해도 타인이다.
-No pain No gain-산티아고 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의 그림자가 따라다니는 여정이다. 고통 없는 순례는 순례라 말할 수 없다. 순례는 고통과 홀로 마주하는 시간이다. 모든 잡스러운 것들을 태우고 투명한 영혼만 남는 순간, 나는 그 시간을 절정이라 부르고 희열이라 부른다. 나는 순례에서 희망을 배운다.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기 위해 길 위에 선다.
여행중독자의 로망-떠날 수 없어 외롭고 우울해진다면 아마도 그건 중독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그렇게 악착같고 모질게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착각이란 사실을 첫 번째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알아챘다.
-재료의 맛을 살린 순수함과 담백함이 스페인 요리의 정수라면 하몽은 바로 그 중심에 있다.
-“나의 왕국을 잃은 것보다 슬픈 것은 이 아름다운 궁전을 다시 못 보는 것이다.” -무어인의 마지막 한숨
-포르투갈에 가면 그냥 이 동네에 정착하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이 동네에서는 왠지 오래 살아야 할 것 같고 이사를 가면 그리워서 끝내는 눈물이 흐를 것 같다.
-포르투기는 그들의 노래 파두처럼 깊은 우수를 머금은 슬픈 내면을 가졌다.
세네갈의 고래섬-1441년부터 400여 년 동안 약 2000만 명의 흑인들이 아프리카의 서해안에서 대서양을 건너 유럽과 아메리카로 강제로 팔려갔다.
사막에 대하여-만약 당신이 일주일 뒤 중국 신장 웨이우얼 자치구의 중심 도시 우루무치(‘아름다운 초원’이라는 뜻)에서 만나자는 이메일을 받는다면 그곳으로 달려갈 것인가? 지구에서 가장 메마르고 살벌한 다클라 마칸(‘죽음의 사막’이라는 뜻) 사막을 한 달 동안 함께 걷자는 제안을 승낙할 것인가? 내 대답은 물론 ‘예스’다.
-사막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으라면 누워서 별을 볼 때와 빨래가 마르는 것을 기다리는 시간이다. (2011. 8. 21)
바오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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