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으로 간 대주교
김소일 지음/ 서해문집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신성논쟁 다큐멘터리
인연-나를 둘러싸고 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내게로 와 인연을 맺게 된 것들이 하나같이 우연인 것이 없다.
이 책과 만나게 된 사연도 그러하다.
얼마 전 찻집에서 가벼운 종교논쟁을 벌이다가 ‘니케아 공의회’ 얘기를 꺼냈다.
막연히 알고 있던 ‘니케아 공의회’-그곳에서 벌어진 일들이 대체 무엇이었나 궁금해 하며 정보탐색을 하다가
‘아리우스’라는 이름을 알게 됐고 반대파들조차 아리우스가 얼마나 ‘근사한’ 사람인가를 감정의 굴곡 없이 표현한
것을 보고 ‘아리우스’에 대한 호기심이 확대되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사제였고 크고 멋진 외모에 지성과 겸손함까지 겸비해 반대파에게도 인간적인 호감을 살 수
있었던 인물이었으나 ‘삼위일체설’을 부인하다 이단으로 규정되어 마침내 파문을 당했다.
아리우스 신학의 핵심명제:
성자가 존재하지 않는 시대가 있었다
성자는 참된 하느님이 아니다.
만물이 성자의 피조물이듯이 성자 또한 성부의 피조물이다.
다만 모든 피조물 가운데 탁월한 존재일 뿐이다.
알렉산드리아-얼마나 가슴 설레게 하는 이름인가!
알렉산드로스대왕이 제2의 아테네 문명을 꽃 피우기 위해 북 이집트 해안에 세운 도시로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이 도시로 몰려들어 한때 호화로움의 극치를 누렸던 도시-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가 사랑을 나누고 비극적 종말을 맞이한 곳-
세계최대의 등대(파로스), 최고의 도서관, 학자들이 몰려들어 학문을 토로한 곳, 침략자에 의해 7일 동안 불바다가 됐던 도시-그 도시에 아리우스와 이 책의 주인공 아타나시우스가 살았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알렉산드리아가 더욱 매력 있는 도시로 다가오리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머잖은 날에 그곳을 향해
트랩을 오를 날을 또 기대한다.
책장을 덮고는 밀려오는 실망감을 맛보았다.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사막으로 간 대주교’는 그곳의 隱修者들과 어떻게 사막생활을 해 나갔는가 하는 이야기가
펼쳐 질 줄 알았다.
왜냐하면 책 뒷표지에 실린 광고성 글귀-‘밤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매혹적인 隱修者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라
소개했으므로--
그러나 글속에는 타협을 모르고 어떤 권위에도 굴함이 없이 始終一貫 ‘삼위일체설’을 주장하여 오늘날 그리스도교의 틀을 확실하게 잡아놓은 아나타시우스에 관한 기록들을 인용해 놓았을 뿐이다.
46년 동안 다섯 차례 주교직에서 쫓겨나고 도피와 은거와 유배로 20년 가까운 세월을 이겨내고 마침내 알렉산드리아 대주교로 돌아와 생을 내려놓는 아나타시우스-신의 특별한 은총이 아니었더면 어찌 생각이나 할 수 있는 일이더냐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오늘날 성당에서 눈에 익은 것이지만 뭔 뜻인 줄 몰랐던 것 중에 하나는 x 위에 p를 겹친 글자인데 ‘그리스도’라는 뜻의 그리스어 앞 두 글자로 ‘키로’라 읽는다는 것이다. 4C 콘스탄티누스황제가 하늘의 계시를 받고 군기에 이 글자를 넣었고 군사들의 방패에도 새겨 넣었던 것이다. 그때 신의 가호가 있어 큰 승리를 거두지 못했더라면 이 하느님의 기호는 지금까지 전해오지 못했을 것이다.
이 군기는 후에 비잔틴제국의 국기가 되었다.
또 하나는 우리가 미사시간에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 고백으로 반드시 송독하게 되어 있는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도 381년 테오도시우스황제의 소집으로 콘스탄티노플공의회(주교회의)에서 다시 수정 보완한 것으로 16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글을 마무리한다.
-정치는 俗化한 종교이고 종교는 신화로 포장한 정치다.
-종교는 정치에 손을 내밀었고 정치는 종교를 통치 기반으로 활용했다.
-그리스도교는 아리우스 이단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논리적, 철학적, 신학적으로 발전했다.
-그리스도교가 내세우는 삼위일체론은 이해 가능한 교리가 아니다.
(그리스도 2000년 역사에서 가장 탁월한 학자로 꼽아도 지나치지 않은 성아우구스티누스조차도 이 신비를
이해하고 해설하는 데 한계를 느꼈다.)
-어찌 우주 만물의 창조주를 특정 종교가 독점할 수 있는가?
-한 종교 안에만 구원이 있다는 교리는 얼마나 배타적이고 독선적인가?
(2011.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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