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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만 버려도 행복하다 / 이정옥 동아일보사 발간

맑은 바람 2011. 1. 29. 00:58

 

-아름다운 노년,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하여

 

오늘 우리시대의 작가 한 분의 영결식이 있었다.

소설가 박완서-이야기를 감칠 맛나게 술술풀어 내는 재주를 타고 나신 분-한 번 책을 잡으면 마술사의

손에 이끌리듯 끝까지 가서야 책장을 덮게 되는 글들을 쓰신 분,

질곡의 현대사를 소재로 했으면서도 부담스럽지않게 이야기를 펼쳐 놓으셨던 분-

그분이야말로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신 분이 아닌가 한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병원의 인위적인 연명장치에 의존하지 않고 집에서 임종을 맞았다.

조문객 중에 가난한 문인이 많을 테니 조의금을 받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에서 그녀의 따뜻한 삶을

읽을 수 있다.

작가 박완서는 무종교의 시어머니 시신을 놓고 사람들이 돈을 뜯을 궁리만 하는 세태에 환멸을 느끼고

가톨릭에 귀의했다 한다.

성당에서 치르는 장례미사를 본 사람이면 안다.

세상을 영원히 하직하는 이별식이 장엄하게 치러지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하는 것을-

 

이 책은 작가가 10년 세월을 가톨릭계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실비양로원>, <실비요양시설>에서

보내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고 있는 60여 명의 남녀 노인들의 삶을 바라보며 쓴글이다.

육십을 넘긴 이들이 앞으로의 여정에서 부닥칠 여러 상황들을, 실제 모델들의 예를 소상히

소개하면서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만든다.

그때그때 적절한 명언의 인용도 얼마나 절묘한지--작가의 많은 독서량을 짐작케 한다.

 

 

 

            ***노인들은 저마다의 중편소설집 한 권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들어줄 사람이 없다. 노년이 적막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아름다움은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 깨끗하고 단정한 것은 나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내 앞의 사람에

대한 예의로도 필요하다. 한사람의 아름다움은 주위의 공기까지도 아름답게 한다

 

***흥미의 세계가 넓으면 넓을수록 행복의 기회가 많아진다. 그래야 운명의 지배를 덜 받고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로 물러갈 수 있다.-러셀

 

***만일 어떤 사람이 학문이나 우주에 대한 관심이나 예술적 기질과 감수성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큰 행복이다. 그가 가진 취미나 소질은 노년기에 매우 쓸모가 많아질 것이다.-쇼펜하우어

 

***자기 자신의 영혼보다 더 조용하고 안락한 은신처는 없다.-어느 명상가

 

***살아있다는 것은 여전히 배워야 할 것이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어도 무언가는

할 수 있다.

 

***남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면서 자신은 남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야말로 진정 행복한사람이다.

-톨스토이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기뻐하고 슬퍼하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울고 웃는 것이다.

 

***우리 몸은 어느 정도까지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다. 이 진실을 근대의학이 땅에 묻어버린 것이다.

 

***품위란 삶의 하강기가 찾아와도 퇴행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고통에 직면하면서도 무뎌지지 않을 수 있는 능력,

극심한 고뇌를 겪으면서도 제자리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이다-스캇 펙

 

***어느덧 일흔에 접어들었다. 아직도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고 인생에 대한 열정으로 가슴이 뛴다면

젊은이들이 웃을까? 하지만 죽는 순간까지 풍선에 꽃씨를 담아 멀리 띄우고 싶다. 죽는 순간까지

기쁘고 감사하고 행복하고 싶다.

 

글쓴이가 이 글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노후의 삶을 행복하게 보내려면 젊어서부터 준비해야 함을

역설하고 마지막 순간은 의사들에게 맡기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의해 자연사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