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에 부는 바람
2차 여행 시 끌고 다녔던 <에브니>는 수명을 다해 어느 소년에게로 넘어갔고 이번 여행은 바퀴달린 골프 가방으로 만든 수레 <윌리스:오디세우스>와 동행한다. <윌리스>는 가는 곳마다 여행자 자신 못지않게 호기심과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는 이 여행을 위해 터키어, 페르시아어, 러시아어를 익혔다.
(1부) 파미르 고원
2001년 6월 28일부터 10월까지 120일 예정으로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를 출발,
파미르 고원을 넘어 ‘불타는 오아시스 투루판’에 도착하다.
우즈베키스탄의 파흐타코르 마을-가가린 마을-미르자쇼 마을-시르다리야 강(중앙아시아의 큰 운하)-알말리크-안그렌-캄치크 협로(해발 2300m)-페르가나 계곡(타클라마칸 사막 입구의 낙원 같은 곳, 이곳의 말은 天馬로 불리기도 한다)-코간드(칸이 통치하던 때의 수도, 60여 개의 이슬람학교와 600여 개의 이슬람사원이 있었다)-안디잔(깨끗한 숙소가 있던 곳***여행 중 깨끗하고 풍치 좋은 숙소를 만나는 일이 얼마나 큰 행운이던가)-쿠르간테파-유감스러운 것은, 여기까지에서 실크로드의 흔적을 하나도 찾지 못했다. 이는 그들이 의도적으로 흔적들을 없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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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씨의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인상은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그는 키르기스스탄의 웅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여러 차례 감탄을 금치 못하곤 했다.
**‘태양빛을 훔쳐낸 것처럼 눈부신’ 금발의 소녀와 포도나무 덩굴 그늘의 친절한 사람들,
수천 키로의 해바라기 밭--
**이곳은 어디에 가나 말소리와 웃음소리가 흘러넘친다.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늙게 될 날을 꿈꾼다.
천국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잘랄아바트(‘노인이 왕’인 나라. 너두나도 ‘어서 늙어’ 노인 대접 받고 싶어 한다?)--페레발-카자르만-코슈도바-오소아비아 마을-바에토바(=물의 여왕)마을-토루가르트길-아르베이트 마을-타슈라바트(대상숙소, 중앙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웅장한 건물의 하나)-아크베이지트 마을(해발 3200m)-파미르고원-토루가르트 협로(3700m)-국경초소 투오파-카스(=카슈가르, 타클라마칸 사막 입구에 있는 도시로 지금도 일요시장은 실크로드 시대를 방불케 함, 가장 번창했던 도시의 하나)-향비묘-타클라마칸 사막(낮 40도, 밤 -20도 프랑스 면적의 1/2, ‘이곳을 뚫고 지나가는 자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의 뜻)-아커쑤-치우시(=안쳉=일루올루)의 키질 석굴-쿠처-달라오바-룬타이(바가지 요금과 불친절한 대접으로 유쾌하지 못했던 곳)-엔지사르(석탄마을, 방앗간 주인 셴과 위구르인 아브디힐의 친절에 인상 좋은 곳이 됨)-쿠얼러-끔찍한 교통사고 목격-우시타라-퉈커쉰-사막-투루판(50도, 씨 없는 포도, 옛이름 고창국)에 2001. 9. 23 도착, 한 달 동안 1000km 걸음, 3000km의 여정 끝-쉬는 동안 우루무치의 런민공원에서 중국인의 활기를 느끼며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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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력의 힘을 다시금 느낀다.
국경을 넘을 때마다 까다로운 절차, 그가 프랑스의 힘 있는 언론인이 아니었더면, 필요할 때마다
본국의 지인에게 요청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더라면,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700km를
다시 갔다 오라는 엄명을 내리는 관리들 앞에서 어떻게 했겠는가.
(2부)고비사막에 부는 바람
2002년 봄에서 여름까지 고비사막을 넘어 중국의 시안에 닿기까지의 총 3,000km를 여행한 기록이다.
신장-샨샨-고비사막(“하늘에는 새 한 마리 없고 땅에는 풀 한 포기 없다. 몇 년간 비도 내리지 않고 세찬 바람에 돌이 날아다닌다.“) -싱싱샤-자위관(요새 청루(城樓), 하늘 아래 존재하는 난공불락의 협로)-15km-주취안(1602 예수회 수사 벤토 데 고에스가 죽은 곳. ‘카타이=중국’ 이라는 사실 발견)-칭수이(군사기지가 있는 곳)-소하타 마을-장예(인구 40만, 이번 여정의 절반이 되는 곳)-7시간-만리장성-중국 스님을 만나 ‘비움’에 대해 다시 생각-펭셴바오(2350고지 마을)-수이취안쯔(2500고지 마을)-펑야오바오(이슬람교도가많음)-41일동안1300km걸음-우웨이-구랑-안위안-다차이칸-텐주-티베트마을-우샨계(‘말을 갈아타는 장소’)-허쿠(‘제일 더러운 도시’)-란저우(대기오염이 심각한 도시)-황허-중국인들에 대한 실망-웨이허(신성한 강)-웨이위안-위양-우산-판댜투(외국인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마을 "go away!")-간구(덩산시푸 베르나르는 여기서 ‘삶의 작품’을 본다. 해발 1700m에 이르는 비탈진 곳에 수천 개의 경작지를 보았다. 그는 이 광경을 보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박물관“이라고.-텐수이(진저우 주민 250만 명, 194개의 동굴, 복희 사원, 마이지 산의 동굴[중국 4대 불교 성지 중 하나])-메이셴(아침 정경에 반하다)-주지-간허마을-시안(8세기동안 중국의 수도,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 대장정의 최후 목적지는 마을 중앙 종탑 시먼(20m 오층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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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학자(라오스(老師)=선생님)라고 하면 껌벅 죽는다.
베르나르는 가끔 이 사실을 활용했다!!
당장 그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내오는 음식이 바뀐다.
_아름다운 고독은 때로 절망을 극복하는 최고의 치료제
-이들은 내게 물고기나 마찬가지다. 그들의 입이 움직이는 것은 볼 수 있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사막과 사막의 공허감과 슬픔과 바람보다 내가 더 강할 것이라는 데 내기를 걸기로 했다.
-저무는 햇살에 예쁘게 물든 풀들은 빗줄기의 입맞춤을 받고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현실에서 본 실크로드는 보잘것없었고 나는 1500km를 걸어오면서 나락 속에 있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이곳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것 대부분이 밀집해 있었다. 장사, 소음 ,인파, 게임 그리고 맛있는
음식
-나는 감수성을 잃은 존재, 걸으라고 프로그램 되어 있어 앞으로 나아가는 자동인형이었다.
꿈도 상상력도 없는 메마른 존재, 세계에 눈을 감은 장님이었다.
-나는 실크로드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고 큰 희망을 품고 올랐던 콜럼버스의 탐험 같은 여행은
실패로 돌아갔다.
-중국인들은 미국인처럼 야구 모자를 즐겨 쓰지만 중국 국경을 벗어난 모든 것에 무지했다.
-지혜를 찾기 위해 세계를 보기 위해 여정에 올랐던 것인데 지혜란 무엇인가? 자, 정직해지자.
나는 하나도 얻은 게 없었다.
-‘만리장성’은 시간과 낙서로 무너져간다.
사원은 종교전쟁에서 파괴되고 시간과 인간에 의해 점차 부서진다.
그러나 살아서 변화하는 이 경작지는 매년 더 아름다워진다.-간구의 경작지를 보고
-나는 여행하고 나는 걷는다. 왜냐하면 한쪽손이 아니 그보다 알 수 없는 만큼 신비한 한 번의 호흡이
등 뒤에서 나를 떼밀고 있기 때문에
-나를 그토록 고생시켰던 사막과 초원의 바람도 나는 결국 사랑하게 되었다.
-텐산의 정상은 봄 햇살 속에서 반짝거렸고 송곳니 모양의 얼음은 푸른 하늘을 베어 물었다.
-박물관에 있는 예술작품은 따분했다. 서민적인 거리를 쏘다니는 것이 더 좋았다.
베르나르 씨가 4년 동안 실크로드에서 만난 것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유명 건축이
아니었다.
그가 만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것은 바로 ‘길 위의 사람들’과 ‘말없는 자연’이었다.
이슬람 풍습대로 ‘손님은 신이 보낸 선물’로 생각하고 조건 없는 친절을 베푼 이들, 활기 넘치는 시장,
동트는 아라라트 산의 찬란함, 얼어붙은 고원-같은 것들이었다.
그는' 2000년 역사를 통틀어 실크로드 전체를 혼자 걸어서 종단한 유일한 사람'으로 언론의 대대적인
주목을 받으며 잠시 우쭐거리기도(?) 했으나 바로 설사병을 얻고 시안의 마지막 날을 힘들게 보냈다.
그리고 말했다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언제쯤 나도 ‘진정한 의미의 여행을 하게 될까?
위의 낯선 지명들을 열심히 메모해 놓은 이유는, 언젠가 실크로드의 일부라도 방문하게 되었을 때
그 이름들이 무척 반가운 것으로 다가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201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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