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마지막 날 폭설이 내린다.
퇴근 무렵부터 내리는 눈이 언제 그칠지도 모르고 기상청에서는 계속 겁주는 소리만 한다.
내일과 모레는 영하 18도까지 내려갈 거라고--
이렇게 폭설이 내리는 날엔 <시와 시학>사 다니던 시절이 떠오른다.
삼월 초 어느 날, 예상치 못했던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시 공부들을 마치고 걸어 나오는데 어느 이층집 창가에서 애절한 가락의 색소폰 소리가 들린다.
‘草雨‘였다.
눈은 펄펄 내리고 창가에 선 남자 그림자의 색소폰 소리는 하늘가에 퍼진다.
‘가슴 속에 스며드는 고독이 몸부림 칠 때
갈 길 없는 나그네의 꿈은 사라져 비에 젖어 우네
너무나 사랑했기에 너무나 사랑했기에~’
그때 詩를 공부하던 친구들이 이제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졌다.
강경의 선우씨는 이미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뭐가 그리 바빠서 이 좋은 세상(?)을 버리고 그렇게
훌쩍 떠나버렸는지-- 참 착하고 늘 만면에 조용한 웃음을 띤 신사였는데--
현숙씨, 서연, 초하, 정초, 순옥이, 영호, 윤교수, 하리, 정녕씨, 내친구 부귀 들의 이름이 떠오른다.
철새들처럼 여기저기서 날아들어 제 양식들 찾아먹고 날아가 버리고 이제 헐어가는 둥지를 끌어안고
있는 김교수--
그때가 좋았다고, 활기가 넘쳤었다고, 마음껏 웃어 보았다고 回想하는 난,
이미 눈물어린 불빛에 반짝이는 항구를 너무 멀리 떠나온 걸까? ( 2012.1.31 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