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마음에게 속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 최병건의 마음탐구 22장면
‘카톨릭 다이제스트’에서 작가의 글을 읽고 궁금해서 다가간 책-
이 책을 사기 전, 60년대 <청량리 뇌병원> 원장을 지내셨던 최신해 박사의
<속상한 원숭이>의 재미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림으로 치면 곱고 아름다운 빛깔의 수채화가 아니라 거칠고 자주적이고 강렬해서
혐오감(?)을 주는 빛깔의 그림-이 책이 주는 인상이다.
그러나 질문을 던져본다.
마음을 만져봐? 가면을 벗어봐. 속마음을 보여줘.
난 이렇게 솔직하게 달겨드는 사람 처음이야.
한번 끝까지 부딪혀보자.
저자의 의도는 마음을 바라보는 시각을 맛보고 정신분석에 대한 일반의 오해를 바로잡아
보자는 데 있다.
그 방법으로 여러 영화를 소재로 작품 속 인물을 정신분석하고 있다.
<메트릭스 1999>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자신의 재미난 게임에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느낌-그러니 이런 쪽의 영화와는 담을
쌓고 사는 독자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책이 된 셈이다.
적어도 이 책을 재미나게 읽으려면 다음 영화들(34편)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메멘토 2000>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 <세븐 1995> <이터널 선샤인 2004>
<사랑의 블랙홀 1992>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2006> <디 아더스 2001>
<레볼루셔너리 로드 2008> <몬스터 2003> <사이더 하우스 1999> <택시드라이버 1976>
<에이리언1979> <클로저 2004> <굿 윌 헌팅1997> <유주얼 서스펙트 1995>
<여자, 정혜2005>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 1964> <아메리칸 사이코 2000>
<아메리칸 뷰티 1999> <세븐 파운즈 2008> <유로파 1991> <안티크라이스트2009>
<어둠속의 댄서 2000> <밀양 2007> <콘택트 1997> <다크 나이트 2008>
<공각기동대 1995> <토탈리콜 1990> <아일랜드 2005> <다크 시티 1998>
<여섯 번째 날 2000> <나는 전설이다 2007> <블랙 2005> <마더 2009>
왜 영화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이야기하는가?
적어도 의사라면 환자의 병리 상태를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시켜야 하지 않나?
뒷부분에서 작가는 말한다.
치료 얘기는 ‘매우 위험해서’ 아직 다루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그럼에도 왜 책장을 덮지 못하나?
궁시렁거리며 읽다보니 절반을 넘겼다. 작가의 글투에 많이 적응되었다.
박통, 빨갱이, 독재- 등 좀 험한 말 공격적인 표현을 쓰고 있지만 우리가 겪고 있는
이야기를 섬뜩하도록 실감나게 들려주므로 상당 부분 공감이 되는 글이다.
온건한 글(?)에 익숙하고 편안함을 느끼고 살아서인지 이렇게 날카롭고 너무나
적나라해서 민망한 글엔 거부감마저 느낀다.
***공감 가는 말
-세상엔 한 종류의 사람만이 있다. 삶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삶은 아프다.
-어린 시절에 결정된 생김새로 사람은 평생을 산다.
-변화는 앎에서 시작된다. 총체적 원인을 바꾸면 미래는 바뀐다.
-증오하기위해 같이 사는 부부도 많다. 끈질기게 서로를 고문하며 같이 산다.
미워해야 할 사람이 필요해서다.
-마음을 알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두려움이 옅어지고 양보할 여유가 생긴다. 마음을 알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누구나 사나운 나와 소심한 나를 품고 산다. 소심한 나의 간절한, 하지만 얇은
유리판처럼 깨지기 쉬운 소망을 깊이 감추고 우린 사납게 살아간다.
-우린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 사람의 전부가 되려 한다.
-인간은 사상이나 이념 같은 고차원적인 이유로 제 목숨을 걸어가며 서로를 그토록
적극적으로 죽일 만큼 부지런한 존재가 아니다. 서로 죽자고 싸우는 이유는 공포 때문이다.
-사람은 늘 세상에 제 마음을 투사한다. 투사의 전형적인 결과는 ‘남 탓’이다.
사람은 누구나 남을 탓하며 산다. 그들의 투사는 세상을 괴롭힐뿐더러 그들 자신도
불행하게 만든다.
-삶이란 흠집 없는 실크 같은 것이 아니다. 찢어지면 꿰매고 구멍 나면 덧대는
누더기 같은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도 아름다움은 존재한다.
-아무리 세상이 흉측하고 제멋대로여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될 거라는 믿음,
그것이 우리가 이 엄청난 세상에서 당치않게 행복할 수 있는 이유다. 우리는
이성적이기만 해서는 절대 행복할 수 없다. 온갖 말썽의 근원이 우리 마음속의
비합리적인 부분, 무의식에 있지만 행복의 근원 역시 무의식에 있다.
-생존과 번성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무의식에 비하면
의식의 역할이란 매우 작은 것이다. 의식은 무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그런데 인간의 인간다움은 의식에 있다.
책장을 덮는 순간까지 머리에 쥐나는 책-
다만 마음의 정체=뇌 속의 기억+수시로 들어오는 정보임을 간신히 알았다.
그런데 ‘속은 것’조차 모르는 내 마음은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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