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생일

맑은 바람 2012. 3. 10. 20:13

 

예순 다섯-

작년보다 더 나아진 게 뭘까?

나이를 먹으면 더 나아진 게 있어야 생일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내가 地上에 존재하는 걸 진정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엄마는 나의 출생을 기뻐했을까?

6.25동란 중에(세 살 때) 남의 집으로 입양될 뻔한 걸 보면 내 존재가 한때는 몹시

거추장스러웠나 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

엄마는 그 일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민망해 하셨다.

난 어떤 이들의 지프차에 실려 갔다가 너무 작고 마른 데다 키도 안 크게 생겼다.’고 도로

쫓겨 와 지프차에서 내린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그들의 눈에 쓸모가 없어보였기를 얼마나 다행인가?

말은, 수양딸 삼으려고 했다지만 아마도 조금 키워서 식모로 부려먹으려고 했나 보다.

극도의 빈궁함 속에서도 엄마 혼자 모든 고생보따리를 짊어지고 우리들은 큰 고생 모르고

살았다.

세상의 그 누가 내 엄마를 대신할 수 있었겠는가?

돌아가실 무렵의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마지막 날들동안 더 잘해 드리지 못한 데 대해 이렇게 뼈아프게 후회할 줄을,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인간이 어찌 알았을까?

 

이즈음, 진지한 自己省察 없이 그럭저럭 세월에 등 떠밀려 하루하루 사는 삶이 역겨울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에 겨워서 그러지~ 한다.

 

특별히 아픈 데 없고

조금쯤 쓸 돈 있고

같이 놀아줄 친구 많고

한 가지 재주가 없어서 그렇지

특별히 속 썩이는 일 없는 큰아들 있고,

알공달공 잘사는 작은아들 있고

튼튼한 울타리같은 남편 있지,

내 몸 누일 편안한 집 있지~~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이렇게 사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데~~

눈뜨면서 잠들 때까지 감사의 말을 달고 살아도 부족할 텐데--

 

엊저녁,

내 생일 날 뭐 해 줄 거냐고 큰아들한테 종주먹을 댔다.

그 결과(?) 오늘 저녁상에 맛있는 해물 스파게티가 나왔다.

우리 아들, 음식 솜씨 좋고 센스도 있어 낭중에 음식 장사해도 되겠다.”

德談 한마디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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