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청 평생교육원의 새로 열린 강좌에 <문학과 영화와의 만남>이라는 것이 있다.
두 시간 동안 단편영화 두세 편을 보고 문자 그대로 ‘영화읽기’를 하는 것이다.
<폴라로이드 작동법>이라는 단편영화를 보았다.
남자가 한 여자에게 폴라로이드를 빌려주며 그 작동법을 찬찬히 설명하면서 별로 어렵지 않으니
잘 쓸 수 있을 거라고 한다.
어디에 쓸 거냐고 묻기도 하고, 찍어서 3000원씩 받고 팔 거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그게 전부다.
교수는 맨 앞자리에 앉은 내게 물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여주인공의 입장에서 ‘폴라로이드 사용법’을 열심히 들은 나는 아무래도 남자의 말이 다 이해되지 않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젊은 여자도 그래서 불안한 손짓을 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생각을 말했다. 옆에서 내 또래의 실버가 한수 더 뜬다.
“메모를 해 가면서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자 뒷자리의 3~40대 초반의 여성이 손을 들어 자신의 생각을 편다.
“여주인공은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폴라로이드를 빌린다는 핑계로 그 남자를 만나러 온 것이다. 그 여자는 지금 ‘폴라로이드 작동법’ 같은 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다.”
교수는 흥미를 보이며,
“그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여자는 그 남자 손에 들려있는 폴라로이드를 보지 않고 계속 시선이 위에 머물러 있다.
그건 여자가 설명하는 남자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다는 중거다.
가끔 여자가 시선을 떨어뜨리는 건 그 남자가 여자의 눈과 마주쳤을 때일 것이다.”
이 절묘한 답에 교수는 만족한 웃음을 띠었다.
60년대 학교를 다닌 우리는 영화는 그냥 ‘귀경’하는 거지 읽는 게 아니었다.
다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생각 없이 보고 즐기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능동적 주체적으로 반응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영화의 재미에 빠질 수 있다.
엣날 방식으로 안이하게 보면 주제가 뭔지 이해가 잘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세익스피어는 <노년을 위한 9가지 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항상 학생으로 남아라.”
영화읽기-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재미있는 강좌다.
2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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