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어느 주례사

맑은 바람 2012. 5. 28. 11:19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주례를 맡은 사람은 신랑 측 아버지 친구였는데 주례 내용이 깊이 새겨들을 만했다.

 

주례의 친척 중에 봉제 일을 하는 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일터를 방문해서 미싱 일을 살펴보게 되었다.

누이는 천을 한 땀 한 땀 박아내는 미싱 바늘과 실을 세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왜 그러냐니까, 미싱 일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미싱 바늘과 실과의 관계라 했다.

실이 너무 팽팽하면 바늘이 나가다가 실이 끊어지고 실이 너무 헐거우면 바늘이 나가다가 실을 헝클어지게

만들어 일을 그르친다고 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실의 張力을 점검해 주어야 한다고.

 

부부 관계도 이와 같아 서로 너무 팽팽해도 안 되고 너무 느슨해도 안 되며 적당한 긴장감과 밀고 당기는

맛이 있어야 한다.

또 땀의 간격도 중요하다고 했다.

땀의 간격이 너무 좁으면 천이 우그러들어 맵시가 없고 땀이 너무 듬성듬성하면 실 사이가 떠서 쉬 끊어지게

된다.

이 또한 부부 사이와 같은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시시콜콜히 알려 들지도 말고 소 닭 보듯 해서도 안 된다.

적당한 관심과 적당한 자유 의지를 상호간에 허락할 때 부부 사이가 원만하고 결혼생활이 평탄할 것이다.

 

한낱 실과 바늘의 비유로 부부생활의 계명을 이야기했지만 알고 보면 생활 속의 사소한 일들이 모두

인간 생활에 교훈을 주지 않는 것이 없다. 지혜로운 눈으로 볼 때 말이다.

 

주례는 끝으로 신랑신부에게 아름다운 시 한 편을 들려주며 앞길을 축복했다.

오랜만에 참으로 멋진 주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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