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봄날이 어느덧 스러져갔다.
3월 들어서면서부터
목련이 하얗게 꽃봉오리를 열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매화꽃 벙그는 날들을 세어보다가
수수꽃다리 언제 다녀 간 줄 모르고
하얀 모란 곱게 피어나던 날에 친구 데려와 자랑삼아 구경시켰다.
매발톱꽃은 지고 금낭화의 전성기도 지났다.
목련꽃
매화꽃
하얀 모란
매발톱꽃
금낭화
이제
5월의 장미가 담 안팎에서 빨갛게 웃고 있고
바위취 동산에 하얗게 피어난다.
감꽃은 수줍게 잎사귀 아래 노랗게 피고
석류꽃도 붉게 봉오리를 맺고 있다.
덩쿨장미
벌이 날아와 앉은 바위취
꽃은 지고 동승의 머리같은 감알이 달렸다
석류꽃
텃밭에는,
세르지오가 아침마다 물주고 잡풀을 뽑아준 덕분에
가지, 토마토, 고추가 연방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키운다.
가지
잎사귀 아래서 영그는 토마토
무엇보다 기특한 건,
금강이 똥과 음식찌꺼기를 먹고 자라는
분꽃과 풍접초 들이다.
그 번식력이 얼마나 강한지
뽑아 내던져도
또 저만치서 씩씩거리며 올라오고 새끼까지 친다.
올해는 분꽃을 餘恨 없이 실컷 보겠다.
거름더미를 속에서 씩씩하게 자라는 분꽃
백합(나리)
돌나물꽃
때 되면 새싹을 내고 여름 뜰을 파랗게 물들이는
맥문동, 비비추도 고맙다.
늘 푸르러 으레 거기 있겠거니 하는
소나무, 섬잣나무, 회양목 너희들도 고맙다.
내가 복이 많아
뜰 안에 온갖 푸나무 그득 심어놓고 넘치도록 누린다.
푸나무에 대한 욕심도 다른 욕심과 다를 것 없어 경계해야 하건만
오늘 칠우회 따라 <과천 삼림욕장>에 들었다가
둥굴레 예닐곱 뿌리를 캐왔다.
둥굴레를 뽑아내는데 손끝에 부서져 내리는
보드랍고 시커먼 부엽토가 맘에 들어 한 움큼 가져왔다.
세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내 뜰의 풀과 나무들 같아
특별히 관심을 쏟아야 하는 대상이 있고,
가끔 보아도 늘 대하듯 정겹고 좋은 사람,
항상 곁에 있어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결코 그 존재 가치를 무시할 수 없는 사람--
틀림없는 건,
나이 들수록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귀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드는 일,
60억 인구 중에
내 60여 년 생애 언저리에서
나와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오늘,
40년 가까이 인연을 맺고 있는 <칠우회> 회원들과
虛心坦懷하게 웃고 즐긴 하루에 새삼 감사하며
이 밤 나를 둘러싼 모든 존재-생명이 있건 없건-에
경외심을 가지고 더욱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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