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 뷰>는 장기적으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한 양로원이다.
오늘은 <크리스티 스트리트>에서 <케슬 뷰>까지 걸어갔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걸었는데도 20분 정도의 거리다.
아버님이 계시는 3층엔 한국인 노인들이 많았다.
휴게실 한쪽에서는 현지 방송이 나오고 다른 곳에서는 인터넷 한국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늘 그곳에 한국인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TV에 눈을 주다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이 휠체어를 천천히 끌고 우리 방으로 들어오신다.
어제 인사를 나눈 옆방의 할머니시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치매라 방을 잘못 찾아오신 게 아니냐고 말씀 드리려는데
할머니는 아무 말 없이 아버님 침대 모서리를 잡으시더니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기도를 올린다.
당신도 휠체어에 의지한 몸이면서 남을 위해 기도를 하다니--
아버님이 계시던 요양원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청설모
창살에 갇힌 청설모
캐다다 국기 아래 삶이 보장된 청설모
아버님에 계신 3층
아버님이 계신 방
옆 침대
아버님방에 걸린 액자 속 시부모님
힘들 때 나와서 쉬는 곳
내게 말을 걸어주신 서양 할아버지와
기도를 마치고 나가신 분이 잠시 뒤에 다시 들어오신다.
귤 한 개를 건네주시며 간병하느라 고생한다고 말씀하신다.
고맙고 부끄럽고--
‘나이 듦의 아름다움’이 바로 이런 거구나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