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티아비아 섬, 투이아비 추장의 연설문
1920년에 독일어 번역판이 나오고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1월에 출간됐다.
스테디 셀러인 이 책을 운좋게도 ‘알라딘’에서 단돈 2900원에 샀다.
전에 한번 읽은 적이 있는 책이지만 가끔 원주민들의 ‘외침소리’가 듣고 싶어 다시 구했다.
‘빠빠라기’는 ‘하늘을 찢고 내려온 사람’이라는 뜻으로
원주민들이, 바다 저편에서 돛단배를 타고 나타난 선교사들을 가리켰던 말이다.
여기서는 유럽사람 즉 흰둥이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 책은, 투이아비 추장이 문화사찰단으로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와,
자기 부족들(폴리네시아 원주민)에게 서양 문물에 현혹되지 말라는 연설을 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아메리카의 인디언, 인디오들처럼 유럽의 魔手에 넘어가지 말라고 목청을 돋우어 이야기한다.
그는 심지어 그들의 아름다운 땅을 차지하기 위해 교환품으로 선교사들이 복음을 가져온 거라고 말한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는 서양인들의 거적과 껍질을 비판한다.
아름다운 몸을 너무 감싸서 몸뚱어리가 생기 없이 창백하게 된다.
그리고 너도 나도 돌궤짝 같은 움막에서 살며 만족해한다.
그들은 진정 둥근 쇠붙이와 묵직한 종이(돈)에 목숨 건다.
그들의 진정한 神은 바로 돈이라고 투이아비는 보았다.
돈이 사랑이고 돈이 하느님이기 때문에 빠빠라기들은 명예와 양심, 건강마저도
그를 얻기 위해 내동댕이친다. 그래서 누구나 직업을 갖고 열심히 돈을 긁어모은다.
같은 일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말이다.
직업이야말로 삶을 망치는 악령(아이투)다.
빠빠라기들은 눈만 뜨면 많은 물건들을 만들어내는데 혈안이 된다.
그들은 위대한 영혼(하느님)이 만들어낸 것들-
해, 달, 별, 하늘, 바다, 물과 뭍의 생물들, 산과 들의 풀과 꽃과 열매들로는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빠빠라기는 시간의 노예들이다.
시간을 잘게 쪼개놓고는 늘 쫓기며 산다.
그들은 또 기계의 힘을 신봉한다.
금방 다시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물건에 대한 사랑이 없다.
투이아비가 정말로 딱하게 여기는 것은
빠빠라기들은 필요 없는 생각들을 너무 많이 하며 산다는 것이다.
따뜻한 햇살에 몸을 맡긴 채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행복하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 같이--
생각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실제로 많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래서 빠빠라기들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교육을 통해 머릿속을 꽉 채우는데 허비한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므로--
인간의 가치를 한없이 작게 만드는 이런 것들을 철저히 조심해야 한다고 투이아비는 강조한다.
끝으로 하느님은 그들과 우리 중 누구를 더 사랑하실지 질문을 던진다.
입으로만 하느님을 말하고 오직 돈을 좇기에 바쁜 빠빠라기들과
하늘이 베푼 자연의 혜택을 누리며 감사하고 만족해하는 투이아비의 원주민 중에서 말이다.
비록 빠빠라기는 유럽인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90년이 지난 현재에도 투이아비 추장이 비판한
문명사회의 문제점은 한 치도 개선되지 않았다.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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