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명보극장 안에도 실버극장이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한번 가봐야지
벼르던 참에 오늘 짬이 생겼다.
을지로 3가역 8번 출구로 나가 3분 정도 걸으면 <명보아트홀>인데
엘리베이터로 6층에 오르면 입장료 2000원의 실버전용극장 <하람홀>이 있다.
<이유 없는 반항>이 상영되고 있었다.
전에 한두 번 보았음 직한 영화지만 다시 보아도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 순간순간 벌어질 사건이 궁금하고, 10대 후반의 고등학생들의 ‘이유 있는 반항’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古今東西를 막론하고 왜 부모들은 자식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대로만 윽박질렀을까?
영화 상영 후 제약회사에서 나와 노인대상으로 건강식품(치매예방) 선전을 하고 제법 값나가는 선물(일양약품, 비하이브 프로폴 치약)도 하나씩 안겨준다.
<마른내길>로 나와 70년대 이런 저런 사연이 깃든 장소들을 기억을 더듬으며 찾아본다.
‘쌍용 빌딩’ 부근의 <유진고속> 터미널-
수원을 왕복하던 버스였는데 남편은 거기서 <명동 성모병원>까지 가슴을 태우며 달려오곤 했다. 근처 어딘가의 <애플다방>도 흔적이 없다.
아직도 꽤 많이 남아있는 인쇄소 골목 어귀의 <된장정식>집에 들러 늦은 점심을 먹었다. 값에 비해 음식이 깔끔하고 맛도 좋았다.
예장동 <문학의집길>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전에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자주 가곤하던 <문학의집, 서울>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그 앞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싶어서였다.
남산에서 불어 내려오는 바람엔 이미 熱氣가 사라지고 선선한 기운이 느껴졌다.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냐며 연신 감탄을 하는 남편에게, 아예 그럼 남산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보자고 하며 <남산 산책길>로 들어섰다.
나무들의 茂盛한 기운은 한풀 꺾이고 군데군데 흰꽃의 옥잠화, 엷어져가는
목백일홍꽃이 가을을 부르고 있었다.
걷기에 더없이 颯爽한 날씨였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표정이 밝고 걸음들이 가볍다.
산책로 한쪽에 파놓은 물길을 따라 타박타박 3km 남짓 남산길을 걸었다.
국립극장 쪽으로 가려다가 <동국대길> 이정표를 보고 그리로 가보기로 했다.
처음 들어가 보는 캠퍼스였는데 겉보기와는 다르게 규모가 무척 컸다.
개학이 되어 제법 붐비는 젊은이들을 ‘그림 보듯’ 바라보며
후문 쪽으로 나가 충무로역으로 향했다.
초가을 오후 한나절,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 ‘서울 都心 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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