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소동
나비가 또 새를 잡았다.
베란다에 잡아다놓고 들여다보는 걸 보고 재빨리 뺏었는데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다.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그 위에 올려놓았더니 처음엔 눈을 감고 죽은 듯 움직임이 없더니 한참 후에 신문 끝을 살살 흔들어 보니 폴딱폴딱 뛰어 마루구석으로 가서 다시 微動도 하지 않는다. 가만히 보니 눈을 깜박거리고 있다.
기운을 차린 다음에 마당의 적당한 곳에 내놓으려고 두었더니 이번엔 후르륵 날아 거실 장식장 밑으로 들어가 버린다.
후래시를 들고 찾아보았으나 금세 종적을 감췄다.
소파 뒤까지 아무리 비춰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마침내 남편이 소파를 몽땅 거실가운데로 끌어내고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아, 여기 있다.”한다.
검정색 이젤 주머니 뒤에 바짝 붙어 있어 얼핏 눈에 띄지 않은 것이다.
다시 안방에 박스 속에 넣어 두었는데 조금 있더니 기운을 차렸는지 다시 날아올라 책꽂이 뒤로 숨는다.
안되겠다며 남편은 새를 조심스레 손안에 보듬고 나가 나비 눈에 잘 안 띄는 옆집 수녀님네 풀밭 쪽으로 날렸다.
‘제발 살아다오~’
나비한테 물린 상처가 꽤 컸던지 남편 손바닥에 피가 묻어 있었다.
혼 내킨다고 알아들을 미물도 아니고 야생의 본능이 남아 있어 종종 참새사냥을 하니 기르던 고양이를 내다버릴 수도 없고 참새더러 여기는 위험하니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러나저러나 참새 한 마리가 뒤집어놓고 간 거실에 몇 년 묵은 먼지들이 죄다 기어 나와 이리저리 뒹군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참에 가을맞이 대청소나 해야겠다고 걸레를 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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