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거액의 돈을 주워 담는 꿈을 꾸었다.
좋은 걸까? 아닐까?
이름있는 날인데 그냥 넘어가기 섭섭하니 영화나 보러 가자고 나섰다.
<와룡공원>을 걸어 성균관 대 후문에서 마을버스를 탔다.
마을버스 안에서 티격태격했다.
‘**고등학교’별 거 아니다--' 뭐 이런 투의 말-
그냥 얌전히 듣고 넘어갈 내가 아니다.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냐’는 식으로 대거리를 했다. 둘 다 기분이 ‘꽝’됐다.
‘팽 돌아서서 다른 데로 가버려?’
그러나 꾹꾹 눌러 참고 영화관으로 들어간다.
‘앗, 이런 실수를 하다니~’
2시 30분에 시작하는 걸 보려 했는데 그 시간대는 없고 3시 30분부터란다.
얼른 스마트 폰을 열어 스케줄을 보니 거기엔 3시 30분이라고 입력해 놨다.
왜 확인하고 나올 생각을 안했을까?
남편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어디 가서 점심이나 느긋하게 먹자고 한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종로낙지>집엘 들어갔다.
생낙지 전골을 시켰다. 만만치 않은 가격에 비해 내용물이 너무 허술하다.
낙지 두 마리가 오그라드니 콩나물과 미나리만 수북하다. 공기밥도 렌지에 데웠는지 반밖에 안 된다.
밥이 좀 적다고 하니 주인여자는 얼른 전골냄비에 육수를 한 컵 부어주며 모자란듯하면 국수 한 사리를
시켜 드시란다. 평소 국수를 좋아하는 남편이지만 끝내 국수는 시키지 않았다.
허리우드실버영화관에서 <시저와 클레오파트라>를 보았다.
일요일 낮 시간이기도 하지만 영화제목만 보고 기대에 찬 ‘어르신들’께서 밀려드는 통에 맨 앞자리 보조석까지 꽉 찼다.
버나드 쇼의 희곡을 각본으로 한 영국영화로 인물의 등장도 많지 않고 대화중심이었다.
미국 허리우드영화의 화려한 스케일을 예상한 많은 관객들이 실망한 나머지 여기저기서 코고는 소리도 들린다.
우리도 졸다 보다 했다.
저녁은 며칠 전 상품으로 탄 문화상품권을 쓰기로 했다.
아들더러 먹고 싶은 만큼 주문하라고 했다. 잠시 후 벨이 울렸다. 배달 총각은 뿌듯한 듯 음식을 한보따리 내려놓았다.
마늘불고기피자. 해물피자, 감자튀김, 닭튀김, 콜라, 오이피클, 소스--
한상 푸짐하게 늘어놓았으나 날씨가 추워, 오는 동안 이미 식어서 미지근한 빵 조가리를 뜯어먹자니 슬그머니 부아가 났다.
‘돈 꿈, 그게 橫財數가 아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