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전라도

누룩실재의 봄

맑은 바람 2014. 3. 26. 00:53

일요일 오전 6시 20분-

곤히 잠든 골목길을 부산하게 빠져나가 4호선 지하철을 탔다.

충무로역 1번 출구로 나가니 저만치 빨간색 여행사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7시 정각에 버스는 출발하고 차안은 약속한 듯 일시에 조용해졌다.

<김휴림의 여행편지>

이 여행사는 ‘여성을 위한 여행사’다.

여성만 회원가입이 되고, 婦人하고 동행하지 않으면 남자의 승차를 허락하지 않는, 禁男의 여행사다.

버스 안에서는 일체의 잡담을 허락하지 않고 TV도 켜주지 않는다. 소음제로구역!

좀 재미있는 데로구나 싶어 한번쯤 동참하고 싶었다.

 

오늘 여행지는 구례 <시동마을>에서 <누룩실재>를 넘어 섬진강을 굽어보는 <유곡마을>로 내려오는 11.3Km의 산골마을 걷기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펴고 고속도로를 내달리니 나도 모르게 ‘습관성 수다’가 튀어나왔다.

소곤소곤 말했건만 단박에 ‘경고성 멘트’가 날아왔다.

삭막한 고속도로 풍경과 轟音 속에서 까무룩 잠이 들었었나 보다.

차는 어느새 <구례 5일장>이 선 곳에 도착했다.

이름난(?) 국밥집을 찾아들어갔다. 구수하고 뜨끈한 국밥 맛이 일품이었다.

         

                                     <가마솥 소머리국밥>

 

점심 식사 후 본 목적지 <사동마을> 입구에 도착, 전형적인 시골마을을 지나 가파른 산길로 접어들었다.

人家가 거의 없는 산길을 타박타박 걷노라니 부서지는 봄햇살에 겨운 산새소리, 댓잎을 스치는 바람소리, 일행의 두런거리는 소리만이 들렸다.

누룩실재를 넘을 무렵부터 하얗게 흩뿌린 듯 매화밭이 펼쳐졌다. 드문드문 산수유, 생강나무가 눈에 띄고 온통 梅花 천지다.

산골길에 은은히 번지는 매화향기-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출발점

 

                                       마을길은 모두 시멘트 포장길-산수유가 반긴다

 

                                            요 샛노랗고 야무진 게 생강나무              

 

누룩실재 마루에서 유곡으로 넘어간다

 

                                                           흙길이 좋아~~

 

 

골이 깊어 농토가 손바닥만하다고 해서 손바닥배미라고도 한다

 

 

-매화는 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봄을 부른다.

매화의 뿌리는 겨울의 볼모다.

불려온 봄은 찬바람 이는 매화가지에서 설렌다.-손철주

 

달박달박 물오른 갯버들

 

 

 

 

 

매실과 감은 다무락골의 주 수입원이다

 

상유 중유 하유마을의 어디쯤일까?

 

꿈의집

 

                  연탄광의 연탄이 이보다 더뿌듯할까?

 

                    마을주민과 희로애락을 나누었을 매화나무

 

                                 그네의자 위의 나그네가 여유롭다

 

                   상유-중유-하유마을에 옛날엔 느릅나무가 많았나 보다

 

 

                             유곡마을에서 바라다보이는 섬진강

 

오르막길 3.5Km, 내리막길 7.8Km-

올라갈 땐 갈 만했다.

내리막길 5Km 정도를 가니 무릎이 신호를 보낸다. 절뚝거리기 시작한다.

‘이 나이에 벌써’ 10Km도 감당하기 어렵다니!

나는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잖은가~

운동 열심히 해서 근력도 키우고 관절에 좋은 음식도 열심히 먹고 다시 쓸 만해지면 또 나서는 거야.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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