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어디 갔었니, 나비야~

맑은 바람 2014. 4. 12. 04:24

 

 

어수선한 꿈을 꾸다가 문득 잠이 깼다. 오전 3시

목요일 저녁, 홀연히 사라진 나비(우리집 야옹이 이름)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어젯밤 남편은 베란다에 서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나비야~’하고 여러 차례 불렀건만 나비는 대답이 없다.

분명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사정이 생겼음에 틀림없다.

온 곳을 모르는데 간 곳을 어이 알리?

 

5년 전, 바짝 말라 곧 죽게 생긴 아기고양이가 대문 위 슬라브에 앉아서 야옹거리는 모습으로

우리 가족들 앞에 나타나 지금까지 가족으로 살아왔건만 소리도 없이 어디로 자취를 감췄단 말이냐?

 

조용하고 똥오줌을 아무데나 함부로 싸지 않는 깔끔한 성격이라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았다.

남편의 손에 안겨 집안으로 들어온 후로 유독 남편을 제 어미로 알고 화장실까지 졸졸 따라다니며

재롱을 떨곤 했는데--

 

그런데--그런데

이 글을 쓰는 순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남편의 말소리가 먼저 들렸다.

 

‘어디 갔다 왔어? 나비야, 들어와~~’

방문을 열고 뛰쳐나가 보았다.

현관 밖에 나비가 와 있다. 주춤거리고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며칠 됐다고 벌써 낯설어졌나?

안아서 들여놓는다. 통조림을 한 통 주었다. 순식간에 다 먹어 치운다.

어디 가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지냈나 보다.

밥을 먹고 나더니 가족들을 살피며 뒹굴뒹굴, 야옹거린다.

 

잠결에 '야옹'하는 소리가 들리더란다. 환청인가 싶어 귀를 기울이니 다시 '야옹'하는 소리가 들려 나왔단다.

 

아, 이런 걸 기적이라 하나?

온갖 방정맞은 생각들이 일시에 뇌리에서 사라지며 머리가 맑아진다.

오, 해피데이~~

즐거운 토요일 새벽이 밝아온다.

 

 

                    아빠가 만들어준 집

 

 

2009년 8월생

 

                         무료한 한때

 

                          종종 새사냥을 한다. 두드려 맞아도 야생본능이 살아있어 말을 안 듣는다.

 

                    박새집을 둥지 채 물어왔다.

 

                         한 마리만 살아있다

 

                          나른한 오후- 선천적으로 여유있고 거만하고 자유롭다. 목줄을 거부한다.

                          개처럼 끌고다니며 산책을 하는 건 상상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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