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두리, 금강이, 나비-우리집 애완동물

맑은 바람 2014. 5. 26. 01:21

 

열한 살 금강이, 다섯 살 나비, 열일곱 살 두리-

 

사람이고 동물이고 ‘잘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는다.

금강이가 한 오 일째 거의 먹지 못하고 설사와 구토를 하며 급속도로 상태가 나빠지고 있다.

처음에 노란 설사를 해서 하루이틀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예상 외로 점점 심각해진다.

밥 말은 것도 줘 보고 오이, 참외, 돼지고기 등을 주었으나 먹으면 싸고 토하고--

저러다 잘못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어제 작은아들더러 다녀가라고 했다.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나니 잠시 반기는 듯하나 뒷다리가 후둘거려 잘 걷지도 못한다.

루비로사가 동네 병원에서 캔 3 개를 15000원에 사들고 왔다.

그런데 캔은 입에도 안 대고 요구르트를 처음 먹어보는 거라선지 잘 먹는다.

아침에 보니 여기저기 토해놓았다.

오후 3시경 참외 댓쪽과 오징어국물에 만 두부를 주었더니 의외로 잘 먹는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병원엘 갔다.

 

 

동물병원의 비싼 진료비(?)를 생각하면 얼씬도 하고 싶지 않지만 축쳐져 있는 눔을 보니 또 몸이 달아 

충무로 병원엘 갔다.

위장약 10000원어치와 30000원에 주사약 두 대를 샀다.

늘 눈물 자국이 검게 나있는 나비를 위해 안약 20000원어치도 샀다.

60000원이 순식간에 나갔다.

 

돼지고기가 장에 좋지 않다고 해서 경동시장엘 들렀다.

두리 금강이용 닭과 사람용 닭이 한보따린데 16000원-

저녁에 요구르트, 닭죽, 참외, 두부를 차례로 주어보았으나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는다.

늘 입이 짧아 많이 먹지 않지만 이렇게 여러 날 속을 썩히기는 처음-

 

걸신들린 눔처럼 먹는 것에 집착하는 두리가 차라리 고맙다.

체구는 제일 작아 2kg도 안 되는 눔이 지 밥 먹고도 금강이 밥그릇 기웃, 나비 밥까지 먹고는 피똥까지 싸고--

조기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아무데나 실례를 하는 버릇이 있지만 이제 ‘고령자니까~’하고 너그러이 넘긴다.

나이 탓인지 피부에 돌기가 자꾸 늘고 약도 듣지 않는다. 전보다 가려움증을 덜 느끼는지 긁느라 괴로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잠시도 누군가가 옆에 없으면 찡찡거려 ‘찡찡이’라는 별명까지 달고도, 집에 아무도 없는 날엔 동네가 떠나가게 울어대서 사람을 힘들게 한다.

 

                                열일곱 살 두리

 

 

 

뭐니뭐니해도 지 앞가림(혼자 침 발라 세수하고, 똥오줌 사람 눈에 띄지 않게 혼자 처리) 야무지게 잘하고 먹을 때 이외에는 사람을 귀찮게 하지 않는 건 나비다.

호기심덩어리라 저 혼자 잘 놀고 가끔 담 너머로 옆집 진돗개 빰까지 때리며 장난하는 배짱도 있다.

전에는 자주 새를 잡아와 데리고 놀다 죽이곤 해서 혼을 냈는데 알아듣기나 하는 것처럼 요즈음은 뜸하다.

 

마당에서 주로 지내다보니 금강이와 나비는 서로 꽤 친하다.

서로 뒤쫓기도 하고 이뿌다고 금강이가 나비머리를 핥아주면 천연스레 들이대곤 한다.

 

아무리 짐승들끼리라도 금강이가 없는 뜰에 나비가 얼마나 적적할까?

금강아, 어서 털고 일어나 활기차게 걸어 다니렴~~

 

                                       절친 두리와 금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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