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아픈 날

맑은 바람 2014. 8. 24. 17:28

아침에 영감이 방문을 여는 기척에 눈을 뜨고 머리를 돌리는데 빙그르르- 천정이 돈다.

이크 또 달팽이관이 움직였구나.(자가진단)

화정 살 때 한 번 무척 혼났었는데--

조심스레 눈을 뜨니 여전히 돈다.

속이 울렁거린다.

머리를 움직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화장실로 주춤주춤 기어들어간다.

가슴 속은 꽉 막힌 듯 답답한데 맑은 물만 올라온다.

좀 후련해졌다.

 

다시 자리에 누우면 또 빙그르르 돌까봐 눈을 감은 채 화장실 턱에 걸터앉아 진정되기를 기다린다.

좀 가라앉는 듯싶어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이부자리를 개서 얹는다.

나가서 두리 밥부터 챙겨준다.

어제 먹던 스프를 데우고 빵 쪼가리와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좀 허전해서 과자나부랭이와 포도 몇 알과 커피 한잔을 더 마신다.

 

작은방이 너무 어수선해 공구정리 좀 하려고 살살 움직이며 버려야 할 나무판대기들을 마당으로 내가고

공구함도 마루로 끌어낸다.

아들이 이 광경을 보더니 꼭지가 돈다.

아프다면서 가만히 누워 계시지 않고 일요일에 좀 쉬려고 했더니 무슨 일을 또 벌이는 거냐고---

한동안 야단 아닌 야단(?)을 맞고 서로가 맘이 상해서 침묵한다.

 

아, 인생관, 처세관, 사고방식이 다르면 이렇게 매사에 부딪치고 피곤한 거로구나.

나는 일거리가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야 직성이 풀리고

아들은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한다. 무리하지 않는다.

이런 신조이다 보니--

 

아무래도 어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내가 맛이 좀 갔나 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