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들과의 만남이 있어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는 중에 전화가 왔다.
49년 전에 만났던 사람인데 알겠느냐고,
목소리로는 감이 잡히질 않아 누구냐고 물었더니, 대학 1학년 때 잠시 함께 공부하다 캐나다로 떠나,
후에 토론토특파원을 지낸 고교 1년 선배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년 1월에 들어올 계획이 있으니 그때 한번 보자고 한다.
집에 오니, 지난번 동창회에 다녀간 *옥이에게서 메일이 왔다.
동창회 날 여러 친구들의 厚意에 감사한다는--
사연인즉슨, 동창회 날 이런저런 얘기 끝에, 중학교 졸업앨범 뒤에 있는 <편집후기>글이 넘 좋은데
그 글을 쓴 송*영이가 누구냐고 묻길래 *영씨를 소개했다.
열다섯 소년의 치기어린(?) 시를 나이 칠십을 바라보면서도 맘에 담아둔 그 고운 마음에 감동한
칠순 소년은 감동하고 기쁜 나머지, 차 한 잔 사고 싶다고 제안해서 같이 있던 친구들이 가까운 찻집에서
2차를 했다.
그러니 ‘송촌리 망년회’의 불을 지핀 이는 미국에서 온 *옥이인 셈이다.
오늘 옥이에게 답장을 쓰면서, 도대체 어떤 시길래 한 사람의 마음을 그토록 오래 잡아두었나 싶어
앨범을 찾아보았으나 내겐 없다.
주변에 수소문해서 글을 구해 여기 옮겨보았다.
-중학교 앨범 편집 후기에서-
코스모스 맑은 향기에 피어난 벗아!
사랑에 찬 3년을 흰 눈 속에 보내고야 말았구나.
노란 개나리 활짝 피었던 첫해의 인연을 새삼 그려나 보자꾸나.
별들이 흐르는 밤도 좋지만 흐르는 추억을 더듬는 밤 또한 좋지 않겠나?
소박한 화원에 피어난 **의 코스모스들아!
언제까지나 미소로운 우리의 삼 년을 잊지 말자꾸나.
1963.1 *영
중3 앨범에서
나는 시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때에 *영소년은 벌써 이렇게 조숙한 시를 썼구나!!
이번 <시와 시학> 100호에 송시인의 시가 실렸다.
지난번 시인이 카페에 올린, 글벗회 역사가 담긴 ‘감꽃그늘’이다.
역시 시인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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