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추억을 먹고 사는 나이

맑은 바람 2015. 12. 18. 00:40

혈육들과의 만남이 있어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는 중에 전화가 왔다.

49년 전에 만났던 사람인데 알겠느냐고,

목소리로는 감이 잡히질 않아 누구냐고 물었더니, 대학 1학년 때 잠시 함께 공부하다 캐나다로 떠나,

후에 토론토특파원을 지낸 고교 1년 선배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년 1월에 들어올 계획이 있으니 그때 한번 보자고 한다.

 

집에 오니, 지난번 동창회에 다녀간 *옥이에게서 메일이 왔다.

동창회 날 여러 친구들의 厚意에 감사한다는--

사연인즉슨, 동창회 날 이런저런 얘기 끝에, 중학교 졸업앨범 뒤에 있는 <편집후기>글이 넘 좋은데

그 글을 쓴 송*영이가 누구냐고 묻길래 *영씨를 소개했다.

열다섯 소년의 치기어린(?) 시를 나이 칠십을 바라보면서도 맘에 담아둔 그 고운 마음에 감동한

칠순 소년은 감동하고 기쁜 나머지, 차 한 잔 사고 싶다고 제안해서 같이 있던 친구들이 가까운 찻집에서

2차를 했다.


그러니 송촌리 망년회의 불을 지핀 이는 미국에서 온 *옥이인 셈이다.

오늘 옥이에게 답장을 쓰면서, 도대체 어떤 시길래 한 사람의 마음을 그토록 오래 잡아두었나 싶어

앨범을 찾아보았으나 내겐 없다.

주변에 수소문해서 글을 구해 여기 옮겨보았다.

 

-중학교 앨범 편집 후기에서-

 

코스모스 맑은 향기에 피어난 벗아!

사랑에 찬 3년을 흰 눈 속에 보내고야 말았구나.

노란 개나리 활짝 피었던 첫해의 인연을 새삼 그려나 보자꾸나.

별들이 흐르는 밤도 좋지만 흐르는 추억을 더듬는   또한 좋지 않겠나?

소박한 화원에 피어난 **의 코스모스들아!

언제까지나 미소로운 우리의 삼 년을 잊지 말자꾸나.

1963.1 *

중3 앨범에서

 

나는 시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때에 *영소년은 벌써 이렇게 조숙한 시를 썼구나!!

 

이번 <시와 시학> 100호에 송시인의 시가 실렸다.

지난번 시인이 카페에 올린, 글벗회 역사가 담긴 감꽃그늘이다.

 

역시 시인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타고나는가 보다.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똑똑한 환자 되기  (0) 2016.01.04
어느 하루-잘한 일  (0) 2015.12.31
안녕, 나의 길동무여(愛車와의 작별)  (0) 2015.12.02
강남미술대전  (0) 2015.11.01
중국문화원 가는 길  (0) 2015.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