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고 살면 언젠가는 옛사람들을 만난다더니 요새 나는 그런 체험을 한다.
지난번 낙원허리우드 실버극장에 <보카치오>를 보러갔다가 뜻밖의 遭遇를 했다.
42년 전 초임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다.
동갑이고 대화가 통해 그녀가 근무하는 방으로 자주 놀러갔다.
불원간 만나자는 약속이 오늘 이루어졌다.
<낙산가든>에서 갈비탕을 먹고 <낙산공원>을 산책하고, 동양예술극장에서 <표량마마>를 보고 차를 마셨다.
42년만의 만남이건만 엊그제 헤어진 친구처럼 隔意가 없다.
眞率하기로는 莫上莫下로 단 한나절 동안 42년의 세월을 反芻했다.
우리의 살아온 생활패턴이 너무 흡사하고 취미 또한 어찌 그리 닮았는지--
4년 만에 천편이 넘는 영화를 보고(난 고3때부터 꾸준히 보았으니 비슷하겠지?),
여행 좋아해서 세계를 누비다시피하고,
쓰기를 좋아해서 꾸준히 일기를 쓰고,
끊임없이 무언가 배우고—
그녀는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다른 공간에서 '같은 짓'을 하고 살았네, 하하 ”
그녀는 어학에 대한 갈증이 남다르고 재능 또한 뛰어난 것 같다.
'그 좋은' 직장을 9년차에 그만두고 신학대학에 다니며 히브리어를 공부하고 지금 히브리어선생 노릇을 하고 있다.
그녀는 영어는 물론 러시아어도 중국어도 할 줄 안다.
영혼이 자유롭고, 이름처럼 온유하고 화낼 줄 모르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지혜가 풍부하다.
귀한 시간을 나눈 보람으로 하루가 뿌듯하다.
우리는 오늘 엊그제 헤어졌던 친구처럼 그렇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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