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38일째 <나홀로 외출>

맑은 바람 2016. 12. 8. 15:20

오늘은 슬레이마 페리에서 오후 5시에 박교수를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다.

내동 안 오던 비가 집을 나서는데 추적추적 내린다.

길을 건너려는데 이층 베란다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

터키꼬맹이들이 날 부르며 키스를 날린다.

얼떨결에 나도 그들 흉내를 낸다.

그렇게 어울리며 지내는 거지, 뭐~~

 

차는 예정시간을 넘겨 30분만에 왔다. 이 동네에서 차를 기다리는 일은 참을성을 요구한다.

 

오늘은 대니는 집에 있고 나 혼자 외출한다.

몰타와서 처음이다.

박선생과 둘이 만나는 게 편하다는 나의 판단에서다.

중간에 껴서 이 사람 저 사람 신경쓰는 게 이제는 싫다.

 

정시에 나타난 박선생과는 근 20여 일만이다.

운길산 친구집에서 알게된 지 얼마 안되서 이렇게 몰타까지 함께 왔으니, 우리도 아마 전생에 겹겹의 인연이 있었나 보다.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발레타행 버스를 탄다.

저녁을 간단히 먹어야 하는데 몰타에서 우리 입에 맞는 음식을 찾기란 쉽지 않다.

만만한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그곳이 좋은 이유는 길 가다가도 그냥 들어가서 화장실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있게 St. Augustine Parish Church에 도착했다.

7시 15분부터 미사가 시작되었다.

신부님 혼자서 제대를 차리고 미사집전을 하신다.

미사는 몰타어로 진행되었으나 세계 어디를 가도 순서가 비슷하니까 참여에 큰 어려움은 없다.

신자들도 제각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객처럼 의자에만 앉아 있는 이, 뒷짐 지고 서 있는 이, 팔짱 끼고 있는 이~

미사보를 쓴 이들도 보이지 않는다.

봉헌시간에 봉사자는 츄리닝(?)만 걸치고 한 손에 작은 소쿠리를 들고 돌아다닌다.

오늘은 등이 굽고 약간 다리를 저는 할아버지 봉사자다.

복장과 의식이 엄격한 한국 천주교에 비해 이곳은 형식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것 같다.

 

오후 8시 정각.

오늘은 독일인 오르가니스트 Heribert Breuer다.

바하의 걸작들을 들려준다.

성전에 울려퍼지며 내 가슴 속까지 메아리쳐 오는 오르간 연주는 한 시간 동안 계속되었다.

200여 명 안팎의 음악회 참석자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몰아의 경지다.

얼핏 단조롭게 들릴 수도 있는 오르간 연주지만 모두에게 힐링의 시간이 된 것만은 틀림없다.

연주가 끝나고 박수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층을 올려다보니 오늘의 연주자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익장이었다.

그를 바라보며 청중들의 박수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금요일, 오르간 축제 마지막 날이 더욱 기대된다.

박선생과는 발레타로 바로 와서 만나기로 했다.

 수업 중에 사무실 직원들이 들어와서 행사홍보를 한다.

 발레타 해안

 

 

 

 

 

 <St. Augustine Parish Church>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