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몰타 유학기

몰타 61일째 <몰타에 없는 것>

맑은 바람 2016. 12. 31. 12:10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난 '몰타'라는 나라를 듣도보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 몰타에서 벌써 두 달째 내 집에 있는 듯, 어쩌면 집보다 더 편하게 별 불편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편하게 만드는 것일까?

 

1.Homeless

난 일주일이면 4일 이상을 버스를 타고 몰타의 번화가뿐 아니라 변두리까지도 구석구석 다닌다.

그런데 <노숙자>를 한 번도 마주치거나 본적이 없다.

밀라노나 브뤼셀만 하더라도 기차역 주변에 노숙자들이 그늘을 드리며 돌아다니는 걸 보았다. 그들과 마주쳤다면 아무래도 불안해서 어두운 골목이나 혼자다니는 걸 꺼려했을 텐데 말이다.

국민소득이 그리 높지 않은 나라지만 빌어먹는 사람이 없다는 게 신기할뿐이다.

 

2.신호등/ 경찰

몰타엔 신호등이 거의 없고 경찰을 보려면 발레타에나 가야할 정도로 순찰차나 교통경찰을 거의 볼 수 없다.

출퇴근 시간이면 신호등도 없는 사거리에 차가 종종 뒤얽혀서 저걸 어떻게 풀지? 하면 어느새 실마리가 잡혀 술술 빠져

나간다.

 

때로는 저 상황이라면 쌍방 운전사가 차에서 내려 한바탕 삿대질이 오고 갈 법한데 하고 지켜보면, 잠시 후에 누군가가 Sorry! ! 하고는 아무일 없었던 듯 제 갈 길을 간다.

단 두 달째이지만 용케도 단 한 건의 교통 사고나 人事 사고를 본 적이 없다.

 

3.다툼

물론 거리에서건 운전자끼리건 <다툼>을 본 적이 없다.

차도도 좁고 인도는 한 줄로 가야만 차도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좁지만 오가는 이들끼리 인상 한번 쓴 적이 없다.

물론 내 맘이 편하니까, 그리고 낯선 곳이라 조심하느라 항상 웃는 낯을 하고 다니니 누가 그 얼굴에 침을 뱉겠는가.

 

몰타에 와서 가장 많은 신세를 지는 것은 버스다.

차에 오르면 늘 차안의 정경들을 눈여겨 본다.

앞좌석은 유모차나 휠체어가 들어설 수 있도록 되어 있고 경로석도 의자 뒤에 표시해 놓았다.

낮시간에 돌아다니다 보면  노인들과 유모차를 동반한 젊은 엄마들과 미취학아동들이 대부분이다.

아, 이 나라엔 노인들 못지않게 어린이들이 많다.

늘 차안에서 아기들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희망적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경로석에 앉아 있다가도 노인이 차에 오르면 가차없이 일어난다.

유모차 자리도 마찬가지다.

노인이 앉았다가도 유모차가 올라오면 벌떡 일어나 자리를 내준다.

이런 일들이 일체의 다툼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몰타는 '서방예의지국'인가 보다.

 

나는 느긋하고 자그마하고

Thank you!

Sorry!

You are welcome! 을 입에 달고 사는 몰타사람들이 좋다.

다투지 않는 이곳 사람들이 정말 좋다.

 

4.민물

그러나 어찌 없어서 좋은 것만 있겠는가!

몰타엔 높은 산이 없고 강이나 호수가 없어 민물이 없다.

바닷물을 걸러서 먹고 산다.

그래서 <물>값이 든다.

물론 2L들이 12병에 4.9유로니 그리 비싸지는 않으나 쌩돈이 드는 것 같아 좀 아깝다.

 

5.채색

몰타의 집들은 한 가지 색이다. 빛깔뿐 아니라 건축재로도 한 가지다.

주택뿐만 아니라 상점이나 호텔들도 모두 limestone이다.

그 잔잔한 연노랑 빛깔이 늘푸른 바다와 청자빛 하늘 아래 더할 수 없는 조화를 자아내서 보는 이들을 편안하게 하나보다.

 

6. 화장실과 밑반찬

무료로 쓸 수 있는 공중화장실은 가물에 콩나기로 드문드문하다.

산책 중에 찾게되는 곳이라 몇 군데 알아 놓았다. 대개는 유료거나 식당에 딸린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유럽 관광객들이 우리나라 고속도로 화장실을 들르면 아마 놀람과 감탄을 금치 못할 거다.

 

유럽 음식은 밑반찬이라는 게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식 집을 가도 피클이나 단무지가 공짜로 나오는데 여기는 물 한 잔도 돈이다.

 

우리나라가 그런 면에서는 가히 세계 최고다

횟집에서나 전라도식 음식을 시키면 밑반찬으로도 배가 부르지 않은가?

물인심은 어떻고~

음식을 시키면 물부터 거저 놓고 가지 않는가!

 

식욕과 배설의 욕구에 수시로 딴지를 거는 유럽 속의 몰타-

그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가늠해 본다.




 라임스톤의 집들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서나 볼 수있는 경찰

 

김치 몇 쪼가리도 거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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