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한 시간까지 게으름을 부리다가 바람 좀 쏘인 후 저녁에 발레타엘 가기로 했다.
오늘도 구름따라 발길 닿는 대로 비르구 건너편 <Kalkara>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길을 나서고 싶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눈부시게 파란 하늘, 두둥실 떠가는 구름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한 정거장 앞두고 미리 내린다.
바닷가를 거닐다가 동영상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
영화 세트장이 있는 곳을 가 보니 문이 굳게 잠겨 있다.
그 옆 <Fort Rinella>도 마찬가지~
1884년 당시 요새였던 곳인데 지금은 Live Museum으로 여러가지 이벤트가 있는 듯한데 역시 비수기라 close상태다.
작은 교회묘지를 지나 <Ricasoli Fort>로 들어갔다.
오래 전 젊은이들의 삶과 죽음의 현장이었던 곳-지금은 방치된 채로 세월의 상흔을 내보이며 묵묵히 서있다.
요새 꼭대기에 올라 아득히 사라져 버린 당시의 아우성과 함성을 듣는다.
인적이 끊어져 적막한 <Kalkara>해안에서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승용차 안에 앉아 있는 노신사와 눈이 마주쳤다.
가볍게 인사를 건네니 저쪽에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한해의 마지막 날-
저 노인은 왜 혼자 차를 끌고 나와 아무도 없는 이곳에 앉아 있는 걸까?
그 쓸쓸한 미소가 뒤꼭지에 달라붙어 계속 따라왔다.
비르구로 넘어와 정류장 <Riche>에 닿았다.
만보 가까이 걸었더니 허기가 느껴진다. 마침 버스정류장 바로 뒤에 카페가 보였다.
손님이 없어 막 문을 닫으려 하고 있었다. 식사는 안 되고 간편한 스낵 정도만 된다고~
햄치즈 샌드위치와 카푸치노를 시켰다.
카페 분위기가 맘에 들어 나오다가 주인 남자더러 한 장 같이 찍자고 했더니 장난스런 포즈를 취해 한바탕 웃었다.
야간 공연과 불꽃놀이를 보러 발레타로 향했다.
초저녁인데도 두툼하게 차려입은 발레타 시민들이 어린이들까지 동반해서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Hot wine 한 잔으로 몸을 녹이며 왕궁 앞 광장에서 공연시작을 기다렸다.
오후 8시 30분-Rock Band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애어른 할것없이 몸을 흔들머 음악을 즐긴다.
난 그쪽에 취미가 없는 데다 날씨도 싸늘하고 막차도 10시까지라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어느 자리에 있으나 가고 오는 해의 의미는 내 안에 있는 것이지 하며~~
16334보 걸었다.
<Kalkara>를 향하여
聖 요한 기사단(몰타 기사단)의 깃발
굳게 닫힌 <리넬라 요새>
<Ricasoli Fort>
나의 친구들~
석양에 물드는 몰타의 배들
<Riche>카페 주인의 짖궂은 미소
발레타 시민들이 모두 거리로 나온 듯~
그러나 한산한 뒷골목
HAPPY NEW YEA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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