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자생하는 나리 중의 으뜸, 참나리가 개화를 시작했다.
소나무 곁에 터를 잡고 봄부터 싹을 내기 시작해서 두 대가 나란히 2m까지 족히 자라더니 엊그제 첫 꽃망울을 터트렸다. 밑동부터 피기 시작해서 30 송이 가까이 차례차례 피어날 예정이다.
'순결, 깨끗한 마음'의 꽃말을 지닌 참나리는 '참'자가 들어가서인지 우리 민족과 닮은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과 햇빛 속에서 긴 시간을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자라, 웬만한 비바람에도 줄기가 기울어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그 날카로운 잎을 펼치고 마침내 묵직한 꽃망울을 키워냈다.
아직도 서울 한복판에 이런 철조망이 있다. 군부대 철책이 연상되는 저 철조망을 걷어달라고 옆집에 부탁을 해 보았다.
일언지하에 거절이었다.
우리집 담 뒤로 해서 도둑이 자기네 집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치울 수가 없단다.
방범책이 이 방법 밖에 없을까?
당신들은 뒤꼍의 담에 쳐진 철조망이니 눈에 거슬릴 일도 없겠지만 우리집 마당에선 그집 울타리를 따라 친 철망이 노상 눈에 들어오니 싫어도 안 볼 수가 없다.
한때 뜨르르하던 분들이 사시던 집이고 지금은 <문화재보존가옥>으로 등록된 채 그 아들가족이 살고 있다.
혹여라도 그집 식구가 이 사진을 보고 깨닫는 바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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