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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김현아

맑은 바람 2020. 9. 20. 23:57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서울의대 내과전문의/한림대 류마티스내과 교수

**(9)이 책이 독자에게 얘기하고 싶은 것: 많은 이들이 묏자리를 보고 수의를 마련하는 것이 준비라고 착각하는 현실에서, 병원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지 알리고 싶다. 죽음의 각 단계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일종의 메뉴얼처럼 읽어도 좋겠다.
(71)한번 들어가면 헤어날 수 없는 생명 연장의 과정(저자는 생명연장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참담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85)20세기는 인류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인간의 수명연장이 일어난 시기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기술이 향상됨에 따라 수명이 늘어났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수명 연장은 사실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에 따른 영양상태 개선과  근대사회로 이행하면서 발전한 공중위생 덕분이다.  아울러 질병의 원인이 되는 인자들을 찾아내는 예방의학의 발전이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
(87)퇴행성 관절염이란 40~50년 살도록 설계된 인간의 관절을 80년을 쓰게 되면서 생긴 진화과정의 부적응일 뿐 얄팍한 약물이나 시술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력하게 떠올랐다.
--이후 관절염을 가지고도 최대한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쪽으로 연구의 방향을 돌리게 되었다.
(88)보건의료 통계로 보면,  한 개인이 사망하기 전 한 달간 쓰는 의료비가 그 이전 평생에 걸쳐 쓴 의료비보다 더 많다. 결국 선진국들에서는 이런 불행한 결과를 막기 위해 완화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죽음의 질 향상에 관한 논의가 일어나게 되었다.
(94)완화의료: 남은 삶을 좀더 편안하게 해주는 치료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하는 완화의료: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연관된 문제들을 겪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치료로 통증, 신체적 문제, 정신적 사회적 문제, 영적인 문제까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평가함으로써 고통을 예방하고 덜어주는 방식.
(103)병원은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장소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접촉조차 금지되는 중환자실에서의 죽음은 더욱 그렇다.  죽음은 자연스럽고 용기있는 삶의 한 과정이라야 한다.
(125)연골주사:퇴행성 관절염환자의 손상된 연골을 치유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100% 진통효과뿐이다. 경구약이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우려가 있을 때 이용한다.
(127)대화는 멀고 클릭은 가까워지는 전자의무기록과 전자처방으로  상징되는 현대의 진료패턴은,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에게 다량의 약과 주사처치를 마구 실행한다.
(환자와 가족은 이를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무엇이 환자와 가족을 위한 일인지 잘 판단해야 한다)
(131)임종 일주일 전:의식변화,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 저하, 수축기혈압 감소, 구강건조, 가래 끓는 소리, 눈을 위로 치켜뜨는 증상, 혼수
(나는 일주일 내내 어머니 머리맡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다. 위에 저자가 말한 그대로다.)
이때  병원으로 실려가면 연명치료와 완화치료의 두 갈래길  중 선택해야 한다.
밥을 못 먹는 단계를 지나 물도 못 마시는 단계가 오면, 이제는 정말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이 물을 전혀 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사나흘이다. 그때 환자는 허기나 갈증을 호소하지 않는다.
(135)어느 팔순 할머니의 마지막:
"일주일간 곡기 끊으시고 가셨어요. 염을 해드리는데  대소변도 없이 너무 깔끔하셨지요.--본인이 임종, 끝을 맞이하며 스스로 염습도 다하신 겁니다.그 할머니 같이 가고싶네요. 제일 좋아하는 옷 입고 누우면  후손이 관뚜껑은  닫아주겠지요."-어느 염쟁이의 말
(139)CT촬영:방사선  피폭량이 매우 큼.
암환자가 흔히 찍는 양전자방출  컴퓨터 단층 촬영은 자연상태에서 노출되는 피폭량 8년치를  한번에 맞는 수준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검사하다가 암에 걸릴  가능성은 잘 모르고 조기 암진단을 받을 수 있게  정밀촬영을  해달라고 한다.
(176)폐조직검사의 위험성: 폐는 우리 몸의 전체 혈액이 말초기관에서 산소를 다 쓰고 돌아와 다시 산소공급을 받는 조직이니만큼 혈관분포가 촘촘히 되어 있고 폐조직검사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항시 대량출혈의 위험이  따른다.
(190)완화의료:치료가 어려운 말기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통증 및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완화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전문적인 의료서비스.
(244)조할아버지의 유언:
"활동을 못하게 되어 남의 손을 빌리면서 살고 싶지 않다.병원침대에서 죽고 싶지도 않다. 급식줄을 통해 강제급식을  하지도 않겠다."
(288)자궁암수술을 거부하고  북미대륙 일주를 떠난 91세의 노마 바우어슈미트 할머니:1년간 미국 32개 주 75개 도시를 돌며 2만 1000km를 누볐다.(노마여사 만세!)
그녀의 크고작은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고 페이스북 구독자들은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갈 용기와 위로를 얻는다"라며 열광했다.
노마와 가족이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선물은 '매순간의 소중함'이었다.
아들내외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여행'이라며 "삶과 사랑, 그리고 현재의 순간들을 온힘을 다해 껴안는 법을 배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암진단 후 한번도 의사를 잦은 적이 없는 할머니는 인위적인 생명연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그녀는
"병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는 대신, 길을 나서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 여행이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관한 사람들의 생각에 영감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작은소망을 내비쳤다.
(292)폐암으로 입원 중인  87세 체리할머니:할머니는 지난 생애에 만족했고 억지로 여명에서 몇 년, 심지어는 몇 달을 더 짜내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호스피스의 도움으로 그녀는 3주간 자신의 생을 정리했다.
제일 먼저 멀리 떨어져 있는 요양원에 입원한 97세 오빠를 방문했다.
60년간 사귀어온 지기들로 이루어진 친구모임에 나가 저녁을 먹었고 평소 먹고 싶었는데 못 먹은 버킷 리스트의 음식을 다 맛보았다.먹던 약을 모두 중단하고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녀는 조용히 자면서 숨을 거두었다.
(294)102세까지 학자로 활동하다 낙상을 당한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104세에 호주방송사와 인터뷰한 내용:"이  나이까지 살다니 정말 유감이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죽고 싶다. 죽는다는 게 특별히 슬픈 일은 아니다.  진짜 슬픈 것은 죽고싶은데도 그러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곤 스위스 리스탈로 향했다.
2018년 5월 10일  그는 평소 즐겨듣던 베토벤의 교향곡 을 들으며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기 손으로 넴부탈이 주입되는 스위치를 누른 뒤 죽음을 맞이했다.
(296)법정 스님의 유언: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있으니 남아있는땔감 가져다가 그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
평소에 말한 바와 같이 번거롭고 부질없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수고만 끼치는 일체의 장례의식을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도 말며. 편리하고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서 지체없이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여 주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 말며, 탑도 세우지 말라."
(법정스님이 말년에 신도들에 휘둘려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가 돌아가신 게 참 그분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마지막 말씀은 마음에 와 닿는다)
(329)나의 엔딩노트
(저자의 엔딩노트를 거울삼아 나도 머잖은 날에 엔딩노트를 써두어야겠다)
202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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