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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의 미학 승효상

맑은 바람 2020. 11. 4. 17:53

Beauty of Poverty  승효상/느린걸음/125쪽/1996.2 미건사 초판 발행, 2018.7 초판 12쇄 발행/

표지사진: 충남 당진 돌마루 공소
승효상:(1952~  )
1974~15년간 김수근의 공간연구소 근무
1989 건축사무소 <이로재> 대표

**이 책은, 1996년 1월 영국의 한 건축학교(AA스쿨)에서 초청강의를 앞두고 강의노트 적듯 쓴 글이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을 판매할 의도도 없었으며 도로 다 사서 필요할 때 쓰려고 했단다.

빈자의 미학,여기에선
가짐보다는 쓰임이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중요하다

(11)건축적 요건:
1.건축이 수행해야하는 합목적성
2.장소성
3건축이 배경으로 하는 시대성
(27)우리가 물려받은 아름다운 금수강산과 그것을 철저히 유린하는 집짓기를 계속하는 이 시대의 이 저열한 정신은 과연 무엇 때문인가.

(여행을 다녀보면 우리의 산하와 바다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데, 도시의 우후죽순처럼 빼곡히 들어찬 아파트, 어촌이나 바닷가의 통일성 없는 집들, 난립한 숙박시설과 자연과 부조화를 이루는 대형 호텔들이 실망감을 불러오곤 한다.)
(29)20세기 벼랑끝에 서 있는 지금의 도시와 농촌의 풍경은 도무지 반만 년 역사를 가진 도시와 농촌이라고 보기에는 그 형태가 천부당 만부당하며 도대체 그 흔적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75)투시도와 조감도:투시도의 방식이 전근대적이고 전체주의적이며 독선적이라면, 조감도의 방식은 민주적이며 타협적이다. 투시도는 구호적이고 선동적이나, 조감도는  설명적이고  연역적이다.
투시도에서 보이는 것은 화려하고 현란한 오브제로서의 건축이며  그 속에서의 삶은 감춰져 있다. 그러나 조감도에서는 삶의 형태를 그려야 화면이 채워지며, 그 삶의 모습이 다양할수록 그 그림은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는 거의 다 투시도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거리에서 우리의 삶이 제대로 표현되어  있을 리 만무하다.
(81)주거에서 기능적이라는 단어는 우리 삶의 본질마저 위협할 수 있다. 적당히 불편하고 적절히 떨어져 있어 걸을 수밖에 없게 된 그런 집이 더욱 건강한 집이며, 소위 기능적 건축보다는 오히려 반기능적 건축이 우리로 하여금 결국은 더욱 기능적이게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만족한다)

(100쪽 남짓한 분량, 거기에 설계도와 사진이 또 꽤 여러 면을 차지하니 읽을 만한 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흥미위주의 독서를 즐기는 아마추어 독자인 내게는 그 분량조차 그리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뒷부분에 실린 박노해의 글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박노해의 글--
(104)이 책은 '삶의 혁명'선언이다.  이 작은 책의 울림은 지진처럼 나를 흔들었다.
(105)사람은 선언으로 산다. 그의 첫 마음이 써낸 결정적인 말. 그것은 생을 건 약속이다.그것 하나를 지키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앗길 수밖에 없는 선언. 선언은 시대의 최전선에 자신을 벌거벗은 과녁으로 세워두는 행위이다.
<빈자의 미학>에는 아름다움과 올바름이 긴장된 떨림으로 피워내는 고원의 꽃들이 찬연하다.

조용한 시간 <빈자의 미학>을 천천히 읽어보라.
어떤 단락은 잘익은 수도원  포도주향이 나고 또 어떤 장은 손으로 갈아내린 커피향이 나고, 눈 내린 유배지의 추사가 따라주는 차향이 나기도 하고  솜씨 좋은 울엄니의 단촐한 밥상의 된장국 내음이 나기도 한다.
(106)승효상의 건축:'나눔문화'
더는 뺄 수 없을 만큼  비워낸 '단순함', 11년 동안 문짝 하나 고치거나 유행에 맞춰 바꿀 필요가 없는 '단단함', 세월이 지날수록 삶의 무늬가 빛나는 '단아함', 가난과 결여 속에 궁리하고 짜낸 창조의 힘이  깃든 이 장소는 나눔문화가 창출하고자하는 '적은 소유로 기품있게' 살아가는 대안 삶의 한 증거였고 국경 너머로까지 생명 평화 나눔을 실천하는 운동의 진지가 되었다.
나는 말할 수 있다. 승효상의 건축은 이해되는 게 아니고 경험되고 살아내야 하는 것이라고.

무엇보다 승효상은 그 사람이 멋있다.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고 치열하게 일하고 제대로 즐길 줄 아는 격조있는 멋쟁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그냥 좋다. 그도 나도 묵연히 있지만 편안한 긴장미로 그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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