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호 지음/마음의 숲/283쪽
(목차를 꼼꼼이 읽어본다. 재미있겠구나!
글이 달박달박하지 않고 최대한 여백을 두어가며 편집한 것도 맘에 든다.)
(25)타지마할이 아름다운 이유는 장인들의 뛰어난 솜씨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아무나강의 풍경 속에 타지마할이 놓여있기 때문이다.
유일한 아름다움은 유일한 장소에 있다. 이것이 건축의 문법이다.
(2012년 우수문학도서라 해서 비중을 두었는데, 내가 원하는 '집이야기'보다 '시인의 멋'을 더 부리고 있는 느낌!
재미가 없으면 깊이라도 있던지~
나처럼 집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고 읽다가는 실망할 터.
하기사 물질적 집만 집인가 마음의 집이 있지 않느냐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101)날로 삭막한 콘크리트숲으로 변하는 이 땅은 공포스럽기조차 하다.
그런 걱정들을 하면서 시인들은 은행창구에서 주택청약부금을 다달이 붓고 좀 사정이 나은 사람들은 땅 몇 평을 사서 나중에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면서 되먹지도 않는 집장사 집들을 지어 살며 행복해하고 있다. 그러다 틈이 나면 버릇처럼 훼손된 자연을 보고 짐짓 가슴아파하며 옳거니, 하고 시의 소재로 아무런 반성없이 써먹고 있다. 그런 시인들의 시는 대부분 공허하고, 하품난다. 자연은 시의 소재로 써먹을 대상이 아니다. 그것이 바로 주제가 되어야 한다.
(106)'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 '어떤 곳에서 살 것인가?'의 문제는 결코 '어떤 시를 쓸 것인가?'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
(114)빈 마당에 서서, 혹은 처마 밑에서, 따뜻한 회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바라보던 아름답고 적막했던 풍경들, 나는 그 풍경들이 나를 키웠다는 것을 이제 안다. 마당 한가운데서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면 내가 하늘과 땅사이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무한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 아닌가?(공감 만땅!)
(121)느낌이 있는 도시는 대부분 건축물들이 알맞은 높이를 가지고 가로와 조응하기 때문이다. 파리가 그렇다.
(126)서울이 아름다운 이유:
-한강이 있다.
-지척에 산이 있다.
도시에 산다는 것은 산과 강을 즐기며 산다는 것이다.
(167)공중정원을 만든 느브카드네자르 2세의 청혼과 메디아의 왕녀 아미타스의 화답:
청혼은 받아들이겠습니다. 지금 왕에게 중요한 것은 제가 아닙니다. 그렇듯이 지금 제게 중요한 것은 정원이 아닙니다. 왕께서 이 사막에 꽃을 만발하게 하셨듯이 이젠 제가 당신의 사막에 꽃을 피울 차례입니다. 그리고 저 공중에 떠있는 정원은 이 땅에서 태어날 우리들의 자손들의 꿈이 될 것입니다.
(줄치고 싶은 문장이 없는 글은 참혹하다!)
(212)예술가에 대한 작가의 견해:
예술가는 근대국가가 유일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직업이다. 아무리 한 나라의 예술이 그 나라의 문화척도가 되어 다른 경제적 파장을 낳는다 하더라도 예술은 기본적으로 고독한 개인의 것일 수밖에 없다. 예술은 그 모든 것의 바깥에 있을 때 사회적 역할을 진정으로 수행한다. 왜냐하면 예술의 역할은 항상 다른 인식의 지평을 대중에게 제공함으로 해서 인간의 사고를 자유롭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224)예술은 반성없는 현실에 이의를 제기한다
특별한 이야기들:
*마르셸 뒤샹:20세기 회화의 이단아이자 선구자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공장지대였던 이곳에 싼 임대료 때문에 몰려든 예술가들(밥딜런, 존 레논, 마르셸 뒤상 등)은 50-70년대를 보헤미안 문화의 황금기로 만들었다.
*덴마크의 예술가 공동체인 크리스티아니아:원래 미군부대였던 자리에 예술가들이 무단 점유/대안사회/법, 경찰, 세금이 없다/무기, 폭력, 자동차, 중독성 높은 마약이 금지된 곳/자전거가 유일한 교통수단
*일본 가가와현 해안에 자리잡은 작은섬 나오시마:구리제련소 자리/일본 최대 출판교육그룹 베네세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이 안도 다다오에 의뢰, 미술관과 호텔(베네세 하우스)을 지음
*영국의 에덴 프로젝트:런던 남서부 콘월지역에 건설한 거대한 식물원/세계 최대 규모의 온실은 건축가 니콜라스 그림쇼가 디자인/인간과 식물이 어우러진 신세계로 이르는 길/지구가 연출해내는 웅장한 드라마로 살아있는 것들의 총체/지구전체에 서식하는 식물을 위한 방주
(241)헤매며 찾아가는 길:이동전화와 인터넷의 발달은, 장소를 수시로 바꿀 수 있게 하고 검색할 대상이 있는데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변의 정보들을 둘러보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가게 된다.
그러나 이런 헤맴이 결코 기분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돌아왔는데도 뭔지 모를 뿌듯함이 있다. 그것은 결코 빨리 갔으면 얻지 못하는 즐거움이다. 헤매면서 얻는 즐거움. 그것이야말로 마음의 지름길이고, 그런 지름길이야말로 헤매지 않고는 찾을 수 없는 길일 것이다.
(281)행복의 조건들:
행복을 말하는 습관이 우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잘 구워진 고등어, 아삭아삭한 김치, 아름다운 음악, 입에 발린 혐의가 짙음에도 듣고싶은 칭찬 한 마디, 붉게 타는 가을산, 거리의 가로수들, 길을 가다 문득 맡아지는 추억의 냄새, 어떤 때는 거름냄새, 이런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지극히 평범한 것들에 감동할 줄 아는 삶의 자세,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나는 내게 말한다. 끝까지 인내심을 잃지 않고 읽느라 수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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