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경상도

네째날)강구항에서

맑은 바람 2021. 7. 12. 14:54

하루쯤 더 묵고 싶었던 울진의<동네여관>을 떠나 강구로 출발했다.
1시간 30분 만에 강구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교통 편리한 곳에 숙소를 잡았다.
어제 숙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낡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곳이라 불편했다.

여행자가 때로 겪게 되는 다양한 경험의 하나다.

숙소를 벗어나 강구항을 따라 걷는데 온통 대게집이다.

강구항에 와서는 대게 말고는 먹을 게 없는 듯 보였다.

항구 끄트머리에서 소쿠리에 홍게를 한 무더기 쌓아놓고 파는 할머니를 만났다. 떨이라며 5만원만 내라 한다.
둘이 먹기엔 너무 많은 듯 싶어 3만원어치만 달랬더니 거의 다 덜어주다시피 한다.
동네식당에 찌는 비용과 자리값만 주면 된다고 인근 식당으로 안내했다.
아무 생각없이 이층으로 올라갔더니 여주인이 짜증 섞인 소리로 한마디 한다.

"에어컨 값도 안 나오는데 자기손님을 왜 이리 보내?"
그러면서도 상을 차리고 쪄낸 홍게를 내온다.
식당엔 손님하나 들지 않고 우리 둘만 말없이 냠냠쩝쩝 홍게를 뜯었다.

어느새 기분이 누그러졌는지 여주인의 말투가 부드러워졌다.
팁조로 거스름돈을 사양했더니 펄쩍 뛰며 거절한다. 자존심을 지켜줘야 할 것 같아 잔돈을 돌려받았다.

좀 불편한 순간이 있긴 했지만 수족관에서 등껍질이 허옇게 바래가는 홍게들을 보니 신선한 게를 싼 값에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강구대교 건너편에 뚝방길로 이어진 <오십천변>을 걸었다.

동해의 물이 흘러들어와 민물과 만나는 오십천-
여기저기 낚싯꾼들이 저녁낚시를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주변이 나지막한 산들로 둘러싸여 아늑한 느낌을 주는 강구--
낯을 채 익히기도 전에 내일은 포항으로 향한다.

지역 특산품인 것 같은데 그냥 지나칠 수 없자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