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경상도

세째날) 울진에서

맑은 바람 2021. 7. 11. 19:35

20210711 일요일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메눌이 출근할지도 모르니 연락하면 올라오실 준비하시라고.
그러나 유치원도 문화센터도 다 원격수업에 들어가니 혼자 데리고 있을 만하면 그땐 더 놀다오시라고.
시간이 제한되었다 생각하니 시간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많이 쉬고 많이 보아야지~

9시 30분 죽변항을 떠나 울진행 버스 승차--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렸다. 30분만에 울진 공용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기로 하고 둘러보는데 높은 신축건물 꼭대기에 <동네여관>이라는 상호가 눈에 띈다.
픽 웃음이 나왔다. <동네여관> 상호 위에는 호텔이라고 분명히 씌어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이름이 <동네여관>이라니 겸손하기도 하지
'저기다, 무조건 저리 들어가는 거야.'
그리로 직행, 현관에 들어서서 객실 요금표를 보니 모텔보다 약간 비싼 정도였다.
짐을 풀어놓으려고 객실로 올라갔다. 크기만 작을뿐 4성급호텔 수준이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터미널이 있고 꽤 큰 마트가 둘이나 있다. 조금만 걸어나가면 남대천 해파랑길을 따라 은어다리에 이를 수 있고 바로 그 앞에 울진 해안이 펼쳐져 있다.
3일만에 숙소다운 숙소를 찾아 매우 만족스럽다.

짐을 풀고 거리로 나왔다.
일요일이건만, 차들만 돌아다니지 인적이 없다
택시로 <왕피천> 케이블카 승차장으로 갔다.
뭐 볼 게 있을까 하면서도 울진의 명물의 하나라니까 탔다. 기회가 주어지면 해보는 게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걸 또 한 번 깨달았다.
욍피천을 케이블 카로 건너 <망양정>에 올랐다. 바닷바람에 몸과 마음을 내맡기고 잠시 쉬었다. 대나무 숲길로 난 길 위엔 모빌을 매달아 놓아 바람에 낭랑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바람소리길'이라 했다. 해맞이공원까지 가는 동안 중간중간 쉴 만한 데가 많았다.
수십 마리 잠자리 떼가 머리 위에서 비행을 한다. 한뼘이 좀 넘는 어린 청솔모 한 마리가 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휙휙 날아다니며 무아지경으로 논다.

숙소로 돌아와 잠시 쉰 뒤에 남대천 해파랑길을 따라 은어다리를 보러갔다. 조명이 켜질 시간이 많이 남아 남대천과 이어진 바닷가로 나갔다. 모래 위를 걷기도 하고 밀려오는 바닷물에 발을 적시며 놀았다.


바람소리길에서 만난 어린 청솔모처럼, 해변에서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 강태공처럼, 나 또한 지금 집을 멀리 떠나와 근심 걱정을 벗어 버리고 망중한에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