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경상도

열이틀째-1)영양 서석지

맑은 바람 2021. 7. 20. 22:28

20210720 화요일
<선바위 관광지>까지 버스를 탔다.
역시 차 안엔 우리 둘뿐 , 버스를 전세 내서 다니는 기분이다.
좋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선바위 관광지에 내리니 관광안내센터가 눈에 띄었다. 중년의 여성이 혼자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서석지> 가는 길을 물으니 다리를 건너 선바위 탐방로를 따라가면 된다고 일러준다.
그러면서 약간 미심쩍은 표정을 보인다.
노인들이 그 길을 걸을 수 있겠는가 하는, 이 더위에--
일러준 대로 다리를 건너 탐방로 입구에 닿았다.

입구는 철문에 막혀 있었다. 왜 안내센터에서는 이 길이 폐쇄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그녀도 모르고 있었나?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보자.
대니와 나는 옆쪽에 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인적이 끊겼던 모양인지 데크는 풀이 무성히 자라 뱀이라도 나올까봐 조심해야 할 지경이었다.
나의 보디가드는 막대기를 휘저어가며 길을 헤쳐 나아갔다.
갈수록 점입가경(?)!
바위산 아래로 난 길을 돌아가니 머리 위 낙석받이 철망 위에는 돌들이 떨어져내려 쌓여 있고 심지어는 낭떨어지를 막아주는 안전망이 찌그러져 길을 막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곡예 끝에 막힌 길을 뚫고 나갔다.

이 모습을 우리 자식들이 보면 아연실색하리라.

만약 여기서 잘못되어 낭떨어지로 구르기라도 한다면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을 테지?

누가 들어가지 말라는 곳으로 가랬느냐고--

천신만고 끝에 서석지 마을 입구에 닿았다.(나중에 알고 보니, 버스로 한 정거장만 더 오면 되는 것이었는데--)
서석지 옆엔 노인회관 건물이 있어서 노인들이 길가에 조르르 앉아 낯선 관광객이 들어서는 것을 조용히 관찰하고 있었다.
왜 못 그랬을까? 그들을 향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라고. 그들도 우리 또래일 텐데--주변머리 없음을 탓한다.
서석지 안쪽에서는 동네가 떠나갈 만큼 큰 목소리가 들린다.
한 구부정한 노인이 <경정>에 앉아 있다가 어서들 오라고, 사진은 나중에 찍고 어서 이 마루로 올라오라고 재촉한다.
알고 보니 이 문중의 종손으로, 서석지를 쓸고 닦으며 지키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더러 서재에서 자고 가란다. 두어 번씩이나 그런다. 잠시 마음이 끌리기도 했지만 대신 밤새도록 귓청을 때리는 노인의 얘기를 들어줘야만 할 것 같아 이내 사양했다.
잠시 조용히 머물다 가려는 계획은 산산조각 나고 사진 몇 장 찍고 그 집을 벗어났다.

영감이 뒤따라 나오며 서석지 안내 팜블랫을 건네 주었다. 귀가 안 들려 그렇게 큰소리로 말하는 걸 참기 어러워하다니--못말리는 이 속물의 모습을 본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현지인에게 마음 문만 열면 그들에게서 돈주고도 못 사는 사연 한 보따리를 건네받을 수 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