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경상도

17일째)풍기 삼가야영지 계곡

맑은 바람 2021. 7. 25. 17:38

9시 55분 승차, 삼가동 소백산 국립공원을 향해 버스가 달린다.
10시 10분, 공원 입구에서 내려 쉴만한 계곡 물가를 찾았다.
잠시 뒤 대니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누가 만들었는지 채 한 평도 안 되는 평상이 계곡 건너편에 보였다.
그리로 건너가 짐을 풀었다.
앉아서 주변을 살피니 평상 바로 아래 커다란 취수 호스가 있다.
짐작컨대 국립공원 관리하는 직원들의 쉼터인 듯하다.
준비해 간 점심을 먹고 잠시 누워 계곡의 물소리와 숲을 울리는 매미소리에 취해 비몽사몽간을 헤맸다

 

--시골버스--
"예 내리니더!"
버스가 정류장을 지나치자 할머니가 냅다 소리를 지른다
"아이, 깜짝야, 벨을 눌러야지 벨을~"
젊은 기사양반도 지지 않고 한마디 한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다 내리도록 한참을 머문다.

이번 여행에서 시골버스를 많이 탔는데 특기할 만한 것은 버스 승객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우리 같은 여행객은

거의 빈차로 돌아다녔다.
그나마 손님은 학생들이거나 맨 할머니들이다. 중년의 남녀나 할아버지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한번은 버스가 정류장을 지나쳐 달리다가 갑자기 후진을 한다.
기사가 내리더니 한 할머니를 데리고 올라온다.
"차가 올 때 됐심 앉아 있어야지 누워 있음 어짜능교?"
"누워 있능 게 아니라 머리수건이 벗겨져서 쓰느라"
할머니는 민망하고 멋적다는 듯이 웃으며 우리 쪽을 보고 변명을 한다. 우리도 웃었다.
도회지에서는 상상도 못할 진풍경이다.  승용차로 돌아다녀도 만날 수 없는 정경이다.

뭐니뭐니 해도 이번 여행에서 잊을 수 없는 일은 영양에서 대티골 갈 때였다.
대티골을 가고는 싶은데 어찌 갈지 모르는 차에, 낮에 우리를 태우고 서석지와 두들마을을 갔던 기사가

저녁시간에 대티골 쪽으로 운행하니 그때 타라고 한다.
출발시간에 맞춰 터미널로 갔다.
중간에 한두 승객이 타고 내리고 그 후엔 우리 둘뿐.
<대티골> 종점에서 기사는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따라 내렸다.
<용화광산선광장>에서도 또 그렇게 했다.
도시에 살면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고맙고 미안했다.
사례를 따로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돈 몇 푼이 기사분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게 아닌가 판단이 서질 않아

그대로 돌아섰는데 뒤꼭지가 땡긴다.
만약 팁을 주었으면 그 일은 금세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을 테지? (2021072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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