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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황홀---성석제

맑은 바람 2022. 2. 10. 21:00

--성석제의 음식 이야기
문학동네/2011.10초판/353쪽/읽은 때 20220204~0210

*글쓴이 성석제 (1960~  )경북 상주/연대 법대/현대문학상을 비롯, 다수의 문학상 수상/작품: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그린이 정훈이 (1995~  )신인 만화공모전 입상
(2011년10월에 구입, 11년만에 다시 펼쳐 든다.)

제1부  하루 세 번의 여행
(11)(기나긴 겨울밤 절간에서 허기를 잊기 위해 젊은 친구들끼리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먹어본 음식 가운데 가장 맛있었던 것, 겪은 일가운데 가장 웃겼던 일, 만난 사람 가운데 재미있던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허기의 위협에 함께 어깨를 겯고 맞섰다. 그 중 몇몇 이야기는 소설이 되어 내 옆에 남았고  어떤 가벼운 이야기는 시가 되었다. 그저 이야기로 남은 것도 있으며 어떤 것으로도 표현되지 않고 갈무리된 채 내생을 기약하는 것도 있다.
(30)여산:중국 강서성(江西省)에 있는, ‘기(奇) · 수(秀) · 험(險) · 웅(雄)’의 특징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아름답고 신비한 산이자, 불교와 도교의 성지로서 1996년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일찍이 송(宋)나라의 문인 소식(蘇軾, 소동파(蘇東坡))은 이 산을 유람하면서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매혹되어 〈제서림벽(題西林壁)〉이라는 제목의 시 한 수를 남겼다.
(30)여산은 안개낀 날이 연평균 190일이 넘는 곳이다. 바로 이 안개의 조화로 '봄은 꿈같고, 여름은 떨어진 물방울 같으며 가을에는 취하는 것 같고 겨울에는 옥같다.'는 묘사가 나왔을 것이다. '중국 전원시의 탄생지, 산수시의 발원지, 산수화의 발상지'로 2000년 동안 1500여 명이 4000여 점의 시사가부와  문장, 여행기, 그림을 헌정했다고도 한다.
여산은 중국 남방불교의 중심이자 도교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여산 아래에 주자가 제자를 육성한 백록동서원까지 있어서 여산을 중심으로 유불선 삼교가 정립하는 형세를 이루었다.
(31)여산의 대표적 음식:석계(개구리), 석이(버섯), 석어(청청계곡에 사는 물고기)<--삼석
(종이질을 낮추고 정가(13800원)를 좀 내렸더라면 내용에 부합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102)숙종은 우리 문학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
'춘향전'의 시대 배경이 숙종 연간이고 장길산이 놀던 시절이 숙종 때이며 소설과 영화, 드라마의 단골 주인공인 장희빈을 역사의 무대에 등장시킨 것도 숙종이다. 폐비와 복위, 천당과 지옥을 경험한 인현왕후에 관한 수많은 소설이 숙종 때문에 생겼고 폐비에 반대하던 박태보에 관한 이야기를 내가 소설로 쓴 적도 있다. 우리 역사에서 논쟁의 중심인 송시열, 허목이 숙종 때에 활약을 펼쳤다. 세조가 죽인 사육신을 복권시킨 것도 숙종이 한 일이다. 숙종이 없었다면 우리는 무척 심심했을 것이다.
(112)대학신문 공모전에 '당선작이 있는 가작'을 따낸 성석제;
기형도는 아무리 재능 있는 사람이라도 한두 번은 좌절할 수 있는 법이며 밝은 눈을 가진 선생님은 네가 가진 잠재적인 역량을 끌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에즈라 파운드가 없었으면 T.S.엘리엇의 '황무지'도 없었을 것이라고 하고, 선생님을 사다리 삼아 지붕으로 올라가거든 가차없이 그 사다리를 버려 버리라고 루드비히비트겐슈타인을 인용했다. 매양 그랬듯이 그 달콤한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누구의 꾐에 빠져 이 책을, 그것도 출판되자마자 따끈따끈한 걸 샀을까? 꼭 10년이 되었어도 발효되지 않은 책--)내용은 그럭저럭 재미있는데 글의 맛은---?)
(201)닭의 자연 수명은 서른 살이나 된다고 하는데 요즘 현대식 농장에서 사육하는 닭은 8주면 사람의 입에 들어간다.
(당신은 대단한 능력자요. 술값 내주는 사람, 밥값 내주는 사람, 숙박비 내주는 사람--그런 걸 꽤나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으니--아직은 참 좋은 세상인가 보오.  웬지 김승옥 선생이 떠오르는구려.)

제2부  마음의 노독을 풀어준다
(230)브레히트를 존경한 이유:
냉소적이어서/나 또한 20대 청년시절 내내 '냉소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단추도 지퍼도 명찰도 아닌 그것은 내가 달고 싶어서 단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특히 내 냉소로 인해 피해를 많이 입은 후배들이 붙여주었다. 그런데 그 '냉소적'이라는 형용사가  내게는 꽤 멋있게 느껴져서 그게 떨어져 나가지 않도록 냉소의 준위를 일정하게 유지하느라 애를 썼다. 이처럼 인생에 별 도움이 안 되는 태도를 계속 견지하는 어리석은 행동 자체가 인간적이고 멋있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243)뉘른베르크의 폭탄:
(다분히 충동적이고 솔직하고 인간의 이중적인 내면이 잘 그려진, 이 책 속의 명품--유쾌하게 읽혔다)

(이 글은 처음부터 내게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나는 술이라면 치를 떠는 어머니를 30년 가까이 보고 산 사람이다. 술을 이기지 못하는 아버지 덕택에 늘 힘든 뒤치다꺼리를 해온 어머니--지금 우리집 남자들은 다행히도 고주망태가 없다. 모처럼 와인이나 맥주를 올려놓아도 한 컵 정도면 끝이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술 얘기니-- 기왕 펼친 책 중간에 덮는 것은 무슨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도 되는 양 끝까지 붙들고 있으려니 이제 작가가 얄밉고 싫다.  여행 다니며 술 마신 이야기를 쓴다구? 이 책의 독자 수준을 가늠해 본다. 술 좋아하는 청장년은 책 살 돈 있으면 술 사 먹을 테고, 노년에 책을 가까이 하는 많지 않은 사람이나 술잔 좀 기울일 줄 아는 아줌마 독자들이 흥미있어 하며 읽으려나?)
(302)조기의 추억:
조기사람의 기운을 북돋워 주는 물고기라는 뜻에서 한자로 '助氣'라고 쓴다.
--말린 조기는 '屈非'라고 한다.
고려 때 권신 이자겸이 영광 법성포로 귀양을 갔을 때 칠산 앞바다에서 잡아온 조기를 소금에 절여 임금에게 진상하면서, 어떠한 압력이나 불의에도 屈하지 않겠다(非)는 뜻으로 포장 꾸러미에 '굴비'라고 써 붙임으로써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전해오고 있다.

제3부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332)밥맛을 결정하는 것:
일반적으로 밥맛은 수분이 결정한다고 한다. 쌀을 도정해서 저장하면 점점 수분이 떨어져 맛이 덜하므로 도정한 지 15일 이내의 쌀로 소량씩 사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보통 벼를수확할 때의 수분이 20~24%정도인데 이를 천천히 말려서 15~16%에 이르면 도정을 해서 먹거나 그냥 서늘한 곳에 저장하게 된다. 급하게 벼를 말리면 쌀알 표면의 수분이 증발하고 쌀알 내부와 표층의 수분간에 불균형이 심해져서 금이 간 쌀이 많이 생긴다. 그 금으로 여러 가지 성분이 스며들어 결과적으로 밥맛이 떨어지게 된다.

무엇을 먹고 마신다는 것은 생의 축복이다. 음식이 나의 피와 뼈, 영혼을 만들어 주었으니 그 은혜를 기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용할 음식을 위해 땀 흘리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분들의 큰 공덕  또한---작가의 말

 

(단지 먹고 마시는 일뿐이랴?  요새 토사곽란과 어지럼증 끝에 오는 메시꺼움을 겪으며  잘 자지도, 잘 먹지도, 잘 걸어다니지도 못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책과 함께 보냈던 일들이 어느 하나 순조롭지 않으니, 잘먹고 잘자고 잘싸는 일(三快)이 얼마나 중요한지, 건강하지 않으면 그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다)